이부영(51) 교사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쓴 이부영 교사
교사들 잡무 대신 수업준비에 전념
아이들 서열화 않고 개성 존중하니
학부모들 우리학교 오려 이사까지
긍정의 에너지 전교육계 확산되길
교사들 잡무 대신 수업준비에 전념
아이들 서열화 않고 개성 존중하니
학부모들 우리학교 오려 이사까지
긍정의 에너지 전교육계 확산되길
책은 학교 현장에 수없이 절망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29년차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비민주적인 학교 분위기에 맞서 “아니오”도 외쳐보고 학교 밖 교사 모임에서 돌파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30년 가까운 노력의 결과 남은 건 병든 몸뿐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떠나려던 찰나 이부영(51·사진) 교사는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났다.
맨땅에서 혁신학교를 일군 지난 2년 반 동안의 기록인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살림터 펴냄)는 교사로서 새 생명을 얻게 된 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만, 우리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지요.”
지난주 서울 상일동 강명초교에서 만난 이 교사는 연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교한 지 3년째인 신생 학교에서 그는 3년 내리 선출직인 혁신부장을 맡고 있다. 2011년 23곳으로 시작한 서울형 혁신학교는 올해 67곳으로 늘었다. “우리 애들이 실험 대상이냐며 못미더워하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이사를 해가며 우리 학교로 온다”고 그는 말했다.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교과 진도와 문제풀이에 얽매이지 않는 학교, 교사들이 잡무 대신 수업 준비를 하는 학교, 아이들을 서열화하지 않고 개성을 존중하는 학교를 만드는 일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3년 전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서울형 혁신학교’ 구상안을 내놨을 때 그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고 했다. 무작정 주변 교사들과 혁신학교 공부 모임을 만들었고 강동구에 새로 짓고 있던 이 학교를 혁신학교로 신청했다.
강명초교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민주적 의사결정’ 원칙이다. 실내에서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지, 교문에 ‘호국 보훈의 달’ 펼침막을 내걸어야 하는지 모두 토론 대상이다. 모든 교사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방식의 교사회를 경험한 교사들은 비로소 아이들에게 민주적 토론을 가르치는 법을 깨달았다. 부장회의, 임원 중심의 전교어린이회의 등은 없앴다.
수업의 질을 높였다. 담임을 맡은 교사는 잡무를 하지 않고 온전히 수업만 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했다. 모든 학습 자료를 교사들이 직접 만든다. 평소 아이를 관찰하는 방식의 평가로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서면으로 빼곡히 적어 통지한다. 등수나 점수는 없다. 첫번째 쉬는 시간을 30분으로, 점심시간을 60분으로 늘렸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간이 늘었다. 봄과 가을에도 1주일의 휴가를 두고 1년 4학기제로 운영한다.
위기도 있다. 지난해 곽 교육감이 물러난 뒤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의지가 꺾이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기록을 더 치열하게 남기려고 한다. 혁신학교를 만들며 생긴 넘쳐나는 ‘긍정의 에너지’가 전 교육계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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