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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월 8일 출판 잠깐독서

등록 2013-07-07 19:58

미 중산층을 만든 기둥, 증세와 노조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알키·2만4000원

미국이 지금은 ‘1%를 위한 나라’의 대명사 격이 돼버렸지만, 한때 “대다수 국민이 안정과 안락을 누리는 사회”였던 적이 있다. 이 책은 20세기 초 금권정치와 빈곤이 만연했던 미국이 20세기 중반 어떻게 “소득분포가 가운데가 두툼하게 부푼 다이아몬드형” 중산층의 나라로 변모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특히 두 가지 제도에 주목한다. 첫째는 부자들에게 매겼던 고율 세금, 둘째는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노조다. 부자에게 걷은 세금은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에 진입하게 도와준 공공서비스의 예산으로 사용됐고, 노조의 존재는 전후 경제가 창출한 부를 기업과 노동자가 적당한 비율로 나눠 가지도록 강제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잊혔지만, 20세기 중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91%였다. 1950년 지엠(GM)의 최고경영자 찰스 윌슨은 58만6100달러의 소득에서 43만350달러를 세금으로 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70%를 유지했는데, 그는 재임 중에 이를 28%까지 낮췄다. 미국의 불평등 수준은 20세기 초로 되돌아갔다.

책의 원제는 ‘부자들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중산층을 만들었던, 금권정치에 대한 잊혀진 승리, 1900~1970’이다. 지은이는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애니메이션 거장의 내면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발점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대원씨아이·각 권 2만5000원

세계적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시회와 책으로 한꺼번에 한국에 찾아왔다. 지금 열리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레이아웃’전이 그의 작품에 담긴 창조성과 예술 세계를 날것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면, 때맞춰 나온 책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발점>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반환점>은 이 거장의 육성으로 그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만나볼 수 있는 통로다.

<…출발점>은 꿈 많은 소년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 한발 한발 거장으로 나아가는 시기였던 1979~1996년의 이야기를, <…반환점>은 그가 이전 작품들과 사뭇 달라지면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던 <모노노케 히메>를 발표한 1997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08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담 구술 형식이어서 진솔하고 생생하게, 그리고 작품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재미있는 내용을 잔뜩 풀어놓는다. 두 권 합쳐 1000쪽, 방대한 분량이지만 대화체여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을 보고 나면 이 놀라운 창조자를 만든 것은 천재적인 영감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전력투구하면서 자기 작업에 타협하지 않는 태도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아무리 재미없는 일이라도 무엇인가 발견을 하고 조금이라도 전진”하려고 해왔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일을 만났을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공간이 주는 치유의 힘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에스더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더퀘스트·1만7000원

미국의 의학자인 로저 울리히는 1972년부터 10년 동안 펜실베이니아의 한 병원에서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비교 관찰을 했다. 한 그룹은 창문으로 작은 숲이 보이는 침대를 썼고 다른 쪽은 창으로 벽돌담이 보이는 침대를 썼다. 그는 숲을 보며 누워 있던 환자 쪽이 벽돌담을 보는 쪽보다 24시간 먼저 퇴원한데다 입원 기간 진통제 사용량도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연이 치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오래된, 그러나 막연한 생각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도출해낸 것이다.

신경건축학이란 이처럼 주변 환경을 포함한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학제간 연구 분야로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은이는 “치유와 장소가 얽히는 것은 바로 뇌와 마음에서다”라고 말한다. 안정되고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내적인 치유의 힘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근대 이후 위생·감염예방에 초점을 맞춰 점점 더 인간적인 환경과 멀어졌던 병원의 설계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공동공간인 로비에 아름다운 그림을 걸고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게 하는 등 시청각적 평온함을 주는 곳이 늘고 있다. 비단 병원뿐 아니라 도시 설계에서도 인간적인 환경이 신체와 정신 건강에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시대가 묻고 역사가 답한다

히스토리아 노바
주경철 지음/산처럼·1만8000원

여성인권 단체 ‘피멘’(FEMEN) 회원들은 웃통을 벗어젖히고 시위에 나선다. 피멘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점차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조신함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몸을 정치 시위에 활용해 가부장제에 ‘돌직구’를 던진다.

지은이는 여성의 ‘노출’이 ‘무기’로 작용했던 역사 속의 사례들을 보여주며 피멘 시위 방식을 탐구한다. 그중 가장 고전적인 예가 ‘프뤼네의 재판’이다. 고대 아테네에서 불경죄로 고발된 여성 프뤼네가 재판에서 판결이 불리하게 날 것으로 예상되자, 그의 변호인이던 휘페레이데스는 프뤼네의 옷을 벗겨 재판관들에게 가슴을 보여주었다. 미신적 공포감에 휩싸인 재판관들은 프뤼네를 석방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히스토리아 노바>는 <대항해 시대>,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등의 역사서를 꾸준히 집필해온 주경철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가 신문 지면에 실었던 글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시대가 묻고 역사가 답한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이외에도 커피의 기원, 다이아몬드의 역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기막히게 닮은 캄보디아의 ‘디스토피아’ 킬링필드 등 동서고금사를 넘나든다. 그러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역사와 시사를 잇는 통찰을, 짧지만 여운이 긴 86편의 역사 에세이로 보여준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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