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자질구레 신문
김현수 글, 홍선주 그림
한겨레아이들·9000원
김현수 글, 홍선주 그림
한겨레아이들·9000원
오늘도 웃으며 씩씩하게
어린이 기자가 본 땀과 눈물 풍년사철탕집 김 사장이 갓 태어난 절름발이 강아지한테 푹 빠져서 그 강아지가 사철탕 냄새를 싫어하자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세탁소집 하은이가 36개월 만에 대소변을 가리는 데 성공하자 가족들은 “쌀 만큼 쌌다”며 기뻐한다. 조은아파트 청소 아줌마가 허리를 다쳐 당분간 일을 못 나오게 되자 주민들은 어찌할지 고민이다. ‘1면 톱’을 뽑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모두 소중한 기사들이다. ‘자질구레 신문’에선 그렇다. 소설은 “스펙이 많아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엄마의 지시에 따라 한자 4급, 컴퓨터 워드 2급 등의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 신문 기자로까지 활약하는 초등학생 욱이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동네 이웃들의 소식을 전하는 ‘자질구레 신문’을 알게 되고 엄마 몰래 그곳의 기자가 되면서 욱이의 일상에는 처음으로 땀과 눈물이 배어든다. 동화 작가 김현수씨의 첫 단편집 <자질구레 신문>에는 그렇게 땀 냄새, 사람 냄새가 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씨는 교육운동가답게 경쟁과 가난 등 일상에 찌든 어린이의 모습을 꾸밈없이 다뤘다.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초등학생 경이의 일상은 할머니가 바닥에 싸놓은 오줌을 치우는 일에서 시작한다(통 노래). 산꼭대기에서 들어온 짜장면 주문을 완수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달린 종철이를 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치중인 경찰들이 막아선다(쭝끄빤썸). 철거로 주저앉은 동네에 사는 필구는 ‘도인’이 된 자기 아버지를 처음 만나 당황한다(불사신). 아이들 스스로 “구리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주인공들은 저마다 특유의 유머와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경이는 오빠가 아르바이트 가고 없어 할머니를 혼자 돌봐야 하는 수요일이 제일 싫다며 일주일이 ‘월화목금토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자질구레 신문’의 기자 자리가 ‘정규직’이란 말에 욱이는 “그럼 난 벌써 꿈을 이룬 셈”이라고 말한다. 아이들도 당연히 힘들며 그럼에도 아이들은 맑은 눈망울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짤막한 소설들은 일깨워준다. 초등 3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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