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의 참혹한 전쟁은 끝을 맺지 못했다. 1953년 7월27일 남한과 북한은 그저 전쟁을 ‘일시 중단’하기로 협의했다. 그리고 60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 2㎞씩 너비 4㎞의 땅은 ‘비무장지대’(DMZ)라는 이름으로 죽음 같은 침묵 속에 잠겼다.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땅에는 역설적으로 생명이 역동했다. 슬픈 축복처럼 그곳은 한반도의 마지막 생태지역이 됐다.
지은이가 비무장지대 중 서부지역에 생태계 조사를 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2004년 비무장지대 생태안내자 교육을 받았고 이후 비영리 민간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지금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라는 경기도의 민관 협력기구에서 생물다양성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책은 그곳에 ‘비밀의 숲’이란 이름을 붙였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누구나 갈 수 있길 꿈꾸는 곳이기에 더욱 비밀스럽다. “그곳이 궁금하니?” 책은 따뜻하게 묻는다. 그리고는 상세한 설명과 선명한 사진을 촘촘히 박아 우리를 그 곳으로 안내한다.
남방한계선을 따라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산벚나무, 신나무 등 활엽수림의 야산이 야트막히 펼쳐진다. 산과 들, 논과 밭, 습지가 모두 있어 붉은발말똥게와 같은 갑각류부터 금개구리, 살모사 등 양서파충류, 고라니와 삵 등 포유류까지 뒤엉켜 산다. 책의 어느 쪽을 펼쳐도 동식물의 말간 얼굴이나 강물이 굽이치는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