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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월 29일 교양 잠깐독서

등록 2013-07-28 20:58

한·미·중·일 전문가에게 듣는 평화의 길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공존의 길을 묻다
인터뷰·정리 평화네트워크
서해문집·1만8000원

평화운동단체인 평화네트워크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대표적 전문가 15명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각각의 인터뷰가 주요 이슈를 대부분 다루고 있지만, 인터뷰 대상자와 내용의 특성을 고려해 냉전, 일본의 우경화, 핵, 중국과 미국, 한반도 평화 등 크게 다섯 주제로 묶었다.

이 책의 미덕은 인터뷰 대상들의 다양함이다. 국적별로도 네 나라를 포괄했을 뿐 아니라, 직업도 학자와 전·현직 관료,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으로 다채롭다. 진보, 보수 다 포함돼 있어, 여러 시각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우경화를 다룬 2부에는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인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일본의 중도 성향 지한파 인사인 기미야 다다시 일본 도쿄대 교수, 미국의 보수 성향 전문가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국장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상당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그린 전 국장은 “일본의 우경화는 오히려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인터뷰를 기획한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미-중 패권 경쟁과 중-일 갈등, 갈피를 못 잡는 남북관계가 교차하고 있는 오늘날, 구한말의 신세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획의 문제의식을 밝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일본 전후 삭제된 노이즈 되살리기

전후라는 이데올로기
고영란 지음, 김미정 옮김
현실문화·2만원

일본에서 ‘전후’란 1945년 8월 패전 이후 연합군 점령기 7년을 주로 이른다. 이 전후의 관계쌍은 나가사키·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일본을 점령한 미국, ‘인류 최초의 원폭 피해 민족’ 일본이다. ‘강한/가해자/지배자’ 미국 대 ‘약한/피해자/피지배자’ 일본. 재편된 기억, ‘전후라는 이데올로기’(책 제목)다. 이렇게 재편된 기억엔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힌 식민지 조선과 대만, 반식민지 중국, 동남아 여러 나라 사람들의 고통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전후 인식에서 삭제된 ‘노이즈’(잡음)다. 지은이는 그 노이즈를 되살리려 한다. 시마자키 도손의 소설 <파계>, 아베 가즈시게의 소설 <신세미아>, 무용가 최승희, 마라토너 손기정 등을 재해석함으로써. 책의 부제 ‘일본 전후를 둘러싼 기억의 노이즈’가 뜻하는 바다. 기억은 단절되는 것도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 사회는 이런 전후 인식으로 가해의 역사와 책임을 집단기억에서 지웠다. 기억하지 않으니 자책이나 사과도 없다.

‘잃어버린 20년’에 이은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이런 전후 인식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몰락의 공포 앞에서 일본 사회는 ‘강한 일본’을 갈구한다. 극우인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고 중·참의원 양원을 장악한 것은, 그러므로 한낮의 에피소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 일본 지배이데올로기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세밀한 안내도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과학으로 밝혀낸 외로움의 모든 것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존 카치오포·윌리엄 패트릭 지음
이원기 옮김/민음사·2만2000원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혼자일 때나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이 찾아온다. 하지만 외로움을 단순한 ‘감정적 결함’이라고 판단해 방치하면 삶이 불행해진다. 외로움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기능을 손상시켜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책을 쓴 존 카치오포가 뇌과학 등을 활용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외로운 사람이 사회적인 사람과 견줘 고혈압 발병률 37%, 스트레스 수치 50%, 사망률이 25% 더 높은 반면, 소득 수준은 평균 8%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고독사와 독거노인, 게임 중독, 자살, 비만 등 각종 사회문제 속에는 외로움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지은이는 “사회적 유대감이라는 보호망이 손상됐을 때 이를 인지시켜 주는 것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도록 촉구하는 자극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든 현대 사회는 외로움으로 인한 ‘사회적 유대’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심리학과 뇌과학 등을 접목해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회신경과학’의 창시자 존 카치오포의 30년 연구 성과물을 담았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깃털에 깃든 진화와 문화의 역사

깃털
소어 핸슨 지음
에이도스·1만8000원

‘솜털처럼 가볍다’는 말은 삼가야겠다. 미국의 보존생물학자 소어 핸슨이 쓴 <깃털-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은 그토록 가볍고 부드러워 하늘에 날리는 이 작은 물질에 깃든 1억5000만년 진화와 문화의 역사를 풀어낸다.

새는 공룡에서 진화한 걸까. 진화론 내부의 격렬한 논쟁은 깃털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불붙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깃털의 기능은 비밀스럽고 경이롭다. 깃털이 자라지 않은 아프리카 새끼 타조들이 어미의 날개 속에 숨지 못하고 비를 맞으면 죽는다고 한다. 솜털은 공기를 품는 복잡한 미세구조 덕분에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천연 보온물질로 꼽힌다. 빗처럼 생겨서 길게 늘어진 술이 달린 올빼미 비행깃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쏙독새 깃털은 고양이 수염 같은 감각 기능을 한다. 책은 시조새 이래 깃털에 수만가지 변주가 나타났지만 진화 과정이 쉰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글쓴이는 아직도 깃털 장식 흩날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부터 극락조 깃털을 숨겨둔 파푸아뉴기니까지 쏘다니며 깃털의 역사를 기록한다. 깃털 공예가 번성했던 아스테카 왕국에선 깃털로 십일조를 거둬들였고 20세기 초반 깃털은 다이아몬드 다음가는 고가 상품이었단다. 진화와 소비의 다음엔 무엇이 기다릴까. 글쓴이는 서식지 손실, 침입종, 기후 변화로 많은 야생 깃털이 사라지기 직전이라고 경고하는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저들도 깃털의 매혹 속에 빠져들기를.”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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