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잉고 슐체
만해대상 수상 독일작가 ‘잉고 슐체’
베를린장벽 붕괴 뒤 혼란상 소설로
한국 통일문제엔 “상황 달라” 신중
베를린장벽 붕괴 뒤 혼란상 소설로
한국 통일문제엔 “상황 달라” 신중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듬해인 1990년 5월 열아홉 생일을 갓 넘긴 아가씨인 ‘나’는 옛 동독의 한 도시에서 호텔 종업원으로 일한다. 주유소 건축 부지를 구한다는 해리씨가 호텔에 묵게 되고 얼마 뒤 ‘나’를 덮친 뒤 사라져버린다.
독일 작가 잉고 슐체가 1998년에 발표한 소설집 <심플 스토리> 안 29개 이야기 중 하나의 내용이다. 작가는 단편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내용을 세 줄로 요약해 뒀는데 거기에 “순진함과 기대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어두었다. 이렇게 그는 통일 직후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잡아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상황은 동독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의 마지막이었습니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동독 출신 작가 잉고 슐체(50·사진)는 통일 뒤 독일 사회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음식조차 달라졌어요. 옷도, 돈도, 거리 이름도 바뀌었죠. 사람도, 공기 자체도 바뀌었어요. 어제까지는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모두 경제적인 가치를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과 작가 자신이 느낀 변화와 혼란은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들었다.
그는 독일 통일 뒤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포착해낸 작가로 꼽힌다. <심플 스토리> 이후에도 그는 2005년 통일 뒤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동독 출신 청년의 삶을 다룬 <새로운 인생>, 2008년에는 통일 전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담과 에블린> 등으로 섬세하게 시대를 그려냈다. 베를린 문학상, 요하네스 보브롭스키 상, 페터 바이스 상 등을 수상했다. “변화되는 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두 체제를 어떻게 느끼며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정작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에는 자고 있느라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몰랐다”며 웃기도 했다.
이번 방한은 그가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기려 시상하는 만해 대상 문예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시상식은 11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 동독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비폭력 시위였죠. 폭력이 있었다면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가치를 중시한 만해를 알게 되고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도 한국의 통일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는 신중했다. “분단 한국과 통일 이전 독일의 상황은 아주 다릅니다. 북한과 동독의 상황도 다르고요. 독일은 통일 이전에도 동독 주민 200만명이 합법적으로 서독을 여행했을 정도로 왕래가 있었고 동독에서 서독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런데도 갑작스레 동독이 서독에 편입되는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혼란이 있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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