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비밀’에 접근한 과학자들의 도전기
신의 생각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 허보미 옮김
푸르메·1만5000원 겨울날 무수히 내리는 눈송이 중 모양이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육각기둥 구조를 띠고 있다.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 눈송이들을 기하학이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 셈이다. ‘3.141592…’로 무한히 나가는 원주율 π(파이)는 불가사의한 수다. 오늘날 소수점 이하 무려 10조자리까지 계산이 끝났지만 이 숫자들 사이에선 아무런 규칙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학·물리학 박사이자 프랑스의 유명한 대중 과학저술가·방송인인 지은이들은 “π가 무작위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숫자들은 엄밀히 ‘자기 자리’에 위치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π에는 우주의 ‘비밀’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인슈타인은 1920년 “방정식들 속에서 ‘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신의 생각’이란 종교의 신이 아니라 ‘우주의 궁극적 원리’에 대한 레토릭이다. 요컨대, 우주는 ‘우연’이 아니라 ‘법칙’에 따라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의 생각>은 이 법칙을 찾아나가는 천재 과학자들의 도전과 여정을 흥미롭게 정리했다. 이 여정에는 2주일 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가 예견한 힉스입자를 비롯해 황금수, 괴델의 정리, 정보우주 등 다양한 개념들과 아인슈타인 등 천재 과학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37개의 ‘사랑’이 꽂혀있는 서재로의 안내
잘 있지 말아요
정여울 지음
아르에이치코리아(RHK)·1만5000원 “남의 서재에 휘둘려 읽을 책의 강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읽은 책으로 마음의 서재를 만드세요. 그리고 서재의 책을 꺼내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떠세요.”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말이다. 정씨는 그 말대로 자신이 읽은 사랑에 관한 책들로 또 하나의 서재를 만들었다. 바로 <잘 있지 말아요>가 그것이다. 그는 이 ‘사랑의 서재’에서 한권 한권 책을 꺼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요?’라고. 그는 문학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클로저>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처럼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공연되는 작품들과 <폭풍의 언덕> <레 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 등 37개의 문학작품이 빼곡히 꽂힌 ‘사랑의 서재’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서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져 자발적인 노예가 되고 마는 한 남자의 얼빠진 사랑에 웃고, 서로 사랑하지만 자꾸만 어긋나는 네 남녀의 사랑에 가슴 저림을 느낀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삶의 무게까지 짊어지는 게 너무 버거워 도망치는 한 남자와 사랑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것을 아는 한 여자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렇듯 정씨가 들려주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와 정씨의 사랑에 관한 탐구에 푹 빠져들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감정의 사치로 치부되던 ‘사랑’에 대해 음미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미국서 뜬 한국인 셰프의 ‘인생 레시피’
뉴욕의 맛 모모푸쿠
데이비드 장·피터 미한 지음, 이용재 옮김
푸른숲·3만6000원 초밥을 포함한 일본 음식 세계화의 가장 큰 공로자로는 셰프 노부 마쓰히사를 꼽는다. 다양한 퓨전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한국계 미국인 셰프 데이비드 장(장석호·36)은 노부와 닮았다. 서양식 홍합 음식에 우리 된장을 쓰고, 깜찍하게도 떡볶이는 굽는다. 서양인이 즐겨 먹는 브뤼셀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에 김치퓌레를 곁들이고, 김치찌개에는 일본 라멘 육수와 미림, 볶은 양파를 써 매운맛을 덜어냈다. 하지만 그에게 ‘당신 음식은 한식을 기초로 한 퓨전인가?’라고 묻는다면 화를 낼 게 뻔하다. 그가 만든 ‘모모푸쿠 포크 번’만 해도 베이징덕과 유사해 보이고, 미식의 전쟁터 뉴욕에서 달콤한 성공을 안겨준 ‘모모푸쿠 누들바’는 일본 라멘집이다. 서양식 스테이크, 당연히 그의 레시피 목록에 있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요리는 “그저 맛있는 ‘미국’ 음식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데이비드 장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인 피터 미한과 함께 그는 주방의 거친 무용담, 뉴욕 창업 성공기, 누들바 비밀 레시피 등을 맛깔스럽게 그렸다. 그는 이 업계의 오스카상이라는 미국의 제임스 비어드 상을 여러 번 받았다. 2004년 뉴욕 ‘모모푸쿠 누들바’에서 시작해 우리식 쌈을 차용한 ‘쌈바’ ‘코’ ‘밀크 바’ ‘마 빼슈’까지 차례로 성공시켜 한국계 셰프로는 코리 리와 같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하찮은 옛 책들의 특별한 이야기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장유승 지음
글항아리·1만8000원 ‘섭치(너절하고 변변치 못한 물건을 뜻하는 말)는 세월이 가도 섭치’란다. 책도 그렇다.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보느라 마구 인쇄된 책들, 여러 고전을 짜깁기한 책들은 오래됐어도 고서 취급을 받긴커녕 폐지 취급을 받는다. 한문학자 장유승씨는 버려지기 직전의 평범한 책에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낼 목적으로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을 썼다고 한다. 어떤 책이 하찮은 책일까? 중국의 고사성어를 분류해 엮은 <백미고사>는 옛사람들의 포켓북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100장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라 쉽게 들고 다니면서 보거나 글 지을 때 참고서로 보곤 했단다. <침구경험방>을 베껴 쓴 <선생>, 중국의 의서 <의학입문> 일부만 옮긴 <입문>은 지금 사람들에겐 챙길 필요 없는 책이지만 옛사람들에겐 가정의학서 노릇을 톡톡히 했음이 틀림없다. 책은 고서들이 손을 타온 내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경매장에 나온 시화집 <소학아집>은 다른 시화집에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했지만 누군가 표지를 바꾸며 조선 후기 시인에 대한 귀중한 기록을 덧붙이기도 하고, 월북한 국문학자 이명선의 서가에서 나오면서 관심을 얻었다. 지은이가 ‘쓰레기 책더미’에서 찾은 <논어> 제2권은 흔해 빠진 판본이지만 전 주인이 일일이 주를 달며 읽은 흔적이 역력해 누군가를 인문학으로 이끈 책이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 허보미 옮김
푸르메·1만5000원 겨울날 무수히 내리는 눈송이 중 모양이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육각기둥 구조를 띠고 있다.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 눈송이들을 기하학이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 셈이다. ‘3.141592…’로 무한히 나가는 원주율 π(파이)는 불가사의한 수다. 오늘날 소수점 이하 무려 10조자리까지 계산이 끝났지만 이 숫자들 사이에선 아무런 규칙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학·물리학 박사이자 프랑스의 유명한 대중 과학저술가·방송인인 지은이들은 “π가 무작위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숫자들은 엄밀히 ‘자기 자리’에 위치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π에는 우주의 ‘비밀’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인슈타인은 1920년 “방정식들 속에서 ‘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신의 생각’이란 종교의 신이 아니라 ‘우주의 궁극적 원리’에 대한 레토릭이다. 요컨대, 우주는 ‘우연’이 아니라 ‘법칙’에 따라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의 생각>은 이 법칙을 찾아나가는 천재 과학자들의 도전과 여정을 흥미롭게 정리했다. 이 여정에는 2주일 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가 예견한 힉스입자를 비롯해 황금수, 괴델의 정리, 정보우주 등 다양한 개념들과 아인슈타인 등 천재 과학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정여울 지음
아르에이치코리아(RHK)·1만5000원 “남의 서재에 휘둘려 읽을 책의 강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읽은 책으로 마음의 서재를 만드세요. 그리고 서재의 책을 꺼내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떠세요.”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말이다. 정씨는 그 말대로 자신이 읽은 사랑에 관한 책들로 또 하나의 서재를 만들었다. 바로 <잘 있지 말아요>가 그것이다. 그는 이 ‘사랑의 서재’에서 한권 한권 책을 꺼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요?’라고. 그는 문학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클로저>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처럼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공연되는 작품들과 <폭풍의 언덕> <레 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 등 37개의 문학작품이 빼곡히 꽂힌 ‘사랑의 서재’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서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져 자발적인 노예가 되고 마는 한 남자의 얼빠진 사랑에 웃고, 서로 사랑하지만 자꾸만 어긋나는 네 남녀의 사랑에 가슴 저림을 느낀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삶의 무게까지 짊어지는 게 너무 버거워 도망치는 한 남자와 사랑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것을 아는 한 여자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렇듯 정씨가 들려주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와 정씨의 사랑에 관한 탐구에 푹 빠져들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감정의 사치로 치부되던 ‘사랑’에 대해 음미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데이비드 장·피터 미한 지음, 이용재 옮김
푸른숲·3만6000원 초밥을 포함한 일본 음식 세계화의 가장 큰 공로자로는 셰프 노부 마쓰히사를 꼽는다. 다양한 퓨전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한국계 미국인 셰프 데이비드 장(장석호·36)은 노부와 닮았다. 서양식 홍합 음식에 우리 된장을 쓰고, 깜찍하게도 떡볶이는 굽는다. 서양인이 즐겨 먹는 브뤼셀스프라우트(방울양배추)에 김치퓌레를 곁들이고, 김치찌개에는 일본 라멘 육수와 미림, 볶은 양파를 써 매운맛을 덜어냈다. 하지만 그에게 ‘당신 음식은 한식을 기초로 한 퓨전인가?’라고 묻는다면 화를 낼 게 뻔하다. 그가 만든 ‘모모푸쿠 포크 번’만 해도 베이징덕과 유사해 보이고, 미식의 전쟁터 뉴욕에서 달콤한 성공을 안겨준 ‘모모푸쿠 누들바’는 일본 라멘집이다. 서양식 스테이크, 당연히 그의 레시피 목록에 있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요리는 “그저 맛있는 ‘미국’ 음식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데이비드 장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인 피터 미한과 함께 그는 주방의 거친 무용담, 뉴욕 창업 성공기, 누들바 비밀 레시피 등을 맛깔스럽게 그렸다. 그는 이 업계의 오스카상이라는 미국의 제임스 비어드 상을 여러 번 받았다. 2004년 뉴욕 ‘모모푸쿠 누들바’에서 시작해 우리식 쌈을 차용한 ‘쌈바’ ‘코’ ‘밀크 바’ ‘마 빼슈’까지 차례로 성공시켜 한국계 셰프로는 코리 리와 같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장유승 지음
글항아리·1만8000원 ‘섭치(너절하고 변변치 못한 물건을 뜻하는 말)는 세월이 가도 섭치’란다. 책도 그렇다.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보느라 마구 인쇄된 책들, 여러 고전을 짜깁기한 책들은 오래됐어도 고서 취급을 받긴커녕 폐지 취급을 받는다. 한문학자 장유승씨는 버려지기 직전의 평범한 책에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낼 목적으로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을 썼다고 한다. 어떤 책이 하찮은 책일까? 중국의 고사성어를 분류해 엮은 <백미고사>는 옛사람들의 포켓북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100장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라 쉽게 들고 다니면서 보거나 글 지을 때 참고서로 보곤 했단다. <침구경험방>을 베껴 쓴 <선생>, 중국의 의서 <의학입문> 일부만 옮긴 <입문>은 지금 사람들에겐 챙길 필요 없는 책이지만 옛사람들에겐 가정의학서 노릇을 톡톡히 했음이 틀림없다. 책은 고서들이 손을 타온 내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경매장에 나온 시화집 <소학아집>은 다른 시화집에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했지만 누군가 표지를 바꾸며 조선 후기 시인에 대한 귀중한 기록을 덧붙이기도 하고, 월북한 국문학자 이명선의 서가에서 나오면서 관심을 얻었다. 지은이가 ‘쓰레기 책더미’에서 찾은 <논어> 제2권은 흔해 빠진 판본이지만 전 주인이 일일이 주를 달며 읽은 흔적이 역력해 누군가를 인문학으로 이끈 책이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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