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물색에서 개조까지 물 흐르듯이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오미숙 지음
포북·1만5000원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시골집인데 느낌이 다르다. 하얀 벽은 깨끗하고 감각적인 등불에 화분, 네모난 천을 펼친 창문까지. 제목은 직설적이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느낌표가 없는데도 호탕하게 소리치는 듯한 제목이다. 부제가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다. 슬그머니 책장을 넘겨볼 수밖에 없다. 첫 페이지부터 안 그래도 부러운 마음을 건드린다. “바쁜 게 자랑인 줄 알고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았다.” 아이 엄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필자는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3년 동안 전국을 돌며 땅과 집을 물색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충남 서천의 시골집을 구입하고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촘촘히 기록했다. 흐름이 좋다. “당신들이 뭘 궁금해하는 줄 내 다 안다”는 태도다. 첫 장에서는 서천을 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다음은 시공팀 선별, 인부 식사 고민까지 잘난 척하지 않고 고백했다. 힘들었다고. 이제 본격적으로 헐고 짓기. 철거부터 설비와 미장, 목공, 지붕 얹기, 실내외 단장의 과정을 따른다. 들어간 비용도 아주 세세히 공개한 것이 장점이다. 주부들이 중시할 욕실과 주방 공간 자랑도 촘촘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니까 시골집 사서 이 정도 고치지!” 하며 외면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책장을 넘겼다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우리 팀 여직원 혹은 남직원 때문에 미치겠다면
함께 일해요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나선숙 옮김
더난출판·1만4800원 도무지 풀리지 않는 내 남자(여자) 문제 때문에 속앓이 하는 연인들에게 “너와 그(그녀)는 다르다”는 말로 한 줄기 광명을 줬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썼던 작가 존 그레이의 새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직장 문제다. ‘성별 이해 지능’ 전문가인 바바라 애니스와 함께했다. “30년 넘게 우린 숫자놀음을 해왔다. 남녀 수를 억지로 할당해 놓으면 남자들은 그것을 불공정하게 여기며 불만스러워하고 여자들은 남성 위주의 기업환경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된다고 느끼며 좌절한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감정들은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서로 상대 탓을 하는 남녀 직원들의 현실을 지은이들은 냉정하게 진단한다. “성별 이해 지능이 없는 상태에서 ‘5년 내로 고위 간부 여성 비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결과는 좋지 않다.” 억지로 “남자와 여자는 똑같다”고 외치기만 하기보다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상호 이해도를 높여서 소통 단절, 오해와 불신, 좌절과 원망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문제가 있을 때 난 좀더 상의하길 바라는데 남자들은 얼른 결정을 내리려 한다”는 여자 직원의 불만, “우리 팀 여자들은 질문이 너무 많아서 자꾸 일 처리를 늦어지게 한다”는 남자 직원의 불평은 ‘성별 이해 지능’이 떨어져서라고 한다. 임지선 기자
인간 소크라테스를 이해하게 해주는 이야기
사랑하라
황광우 지음
생각정원·1만5000원 소크라테스는 신을 경건하게 숭배하는 사람이었다. 젊은이들에게도 몸의 욕망을 절제하고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라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에서 그를 사형에 이르게 한 죄목은 ‘신에 대한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킴’이었다. 지은이 황광우씨는 이 아이러니를 풀기 위해서는 “시선을 법정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원전 450년경인 페리클레스 시대는 아테네 민주정이 위용을 떨친 아테네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동시에 500여 폴리스로부터 약자의 피와 땀을 갈취하던 제국의 시대였다”고 진단한다. 이런 ‘오만한 제국’ 아테네에 소크라테스는 ‘독사에게 물린 듯한 고통’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화술로 “정의와 절제”를 강조하며 줄기차게 돌직구를 날렸다.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의 경구 또한 ‘힘과 명예’에만 함몰된 아테네인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래서 지은이는 “‘아테네인의 소크라테스 재판’은 거꾸로 ‘아테네인을 향한 소크라테스의 재판’이었다”고 평한다. 이 책은 “살면서 단 한순간도 사랑에 빠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 소크라테스에 대한 ‘전’이다. ‘평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 데 대해 지은이는 “소크라테스 철학에 플라톤 등 제자들의 철학이 혼재돼 있어 소크라테스의 독자적인 철학을 밝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자사 신제품보다 중고제품 먼저 권하는 회사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빈센트 스탠리 지음박찬웅 외 5명 옮김
틔움·1만2000원 2011년 11월25일치 미국 <뉴욕 타임스>에는 이상한 광고가 실렸다.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파타고니아 회사는 자신들이 만든 재킷 사진과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라는 말을 넣었다. 이유인즉슨 새 옷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니 기왕이면 중고제품을 먼저 구매하고, 정 없으면 새로운 옷을 사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고객들이 매장에 입던 옷을 가져오면 수선 서비스를 잘해주는 데 주력한다. 이상한 점은 여럿이다. 1988년 파타고니아 보스턴 매장 직원들이 두통을 호소하자 회사는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면 옷의 수축과 주름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포름알데히드가 지목됐다. 그로부터 6년 뒤 파타고니아는 모든 옷을 유기농 목화로 만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항공연료를 덜 소비하기 위해 사업체를 한 지역에 모으기도 했다. 공장 수를 줄이는 대신 양질의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와만 계약을 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 어려움을 핑계로 이런 책임들을 미룬다. 그러나 파타고니아가 바라보는 경쟁의 지형은 좀 다르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와 쉬나드의 조카 빈센트 스탠리는 이 책에선 “우리의 경쟁사는 쓰레기와 폐기물을 줄이려고 더욱 노력한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는 기업, 파타고니아사의 선서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오미숙 지음
포북·1만5000원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시골집인데 느낌이 다르다. 하얀 벽은 깨끗하고 감각적인 등불에 화분, 네모난 천을 펼친 창문까지. 제목은 직설적이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느낌표가 없는데도 호탕하게 소리치는 듯한 제목이다. 부제가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다. 슬그머니 책장을 넘겨볼 수밖에 없다. 첫 페이지부터 안 그래도 부러운 마음을 건드린다. “바쁜 게 자랑인 줄 알고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았다.” 아이 엄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필자는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3년 동안 전국을 돌며 땅과 집을 물색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충남 서천의 시골집을 구입하고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촘촘히 기록했다. 흐름이 좋다. “당신들이 뭘 궁금해하는 줄 내 다 안다”는 태도다. 첫 장에서는 서천을 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다음은 시공팀 선별, 인부 식사 고민까지 잘난 척하지 않고 고백했다. 힘들었다고. 이제 본격적으로 헐고 짓기. 철거부터 설비와 미장, 목공, 지붕 얹기, 실내외 단장의 과정을 따른다. 들어간 비용도 아주 세세히 공개한 것이 장점이다. 주부들이 중시할 욕실과 주방 공간 자랑도 촘촘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니까 시골집 사서 이 정도 고치지!” 하며 외면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책장을 넘겼다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나선숙 옮김
더난출판·1만4800원 도무지 풀리지 않는 내 남자(여자) 문제 때문에 속앓이 하는 연인들에게 “너와 그(그녀)는 다르다”는 말로 한 줄기 광명을 줬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썼던 작가 존 그레이의 새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직장 문제다. ‘성별 이해 지능’ 전문가인 바바라 애니스와 함께했다. “30년 넘게 우린 숫자놀음을 해왔다. 남녀 수를 억지로 할당해 놓으면 남자들은 그것을 불공정하게 여기며 불만스러워하고 여자들은 남성 위주의 기업환경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된다고 느끼며 좌절한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감정들은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서로 상대 탓을 하는 남녀 직원들의 현실을 지은이들은 냉정하게 진단한다. “성별 이해 지능이 없는 상태에서 ‘5년 내로 고위 간부 여성 비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결과는 좋지 않다.” 억지로 “남자와 여자는 똑같다”고 외치기만 하기보다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상호 이해도를 높여서 소통 단절, 오해와 불신, 좌절과 원망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문제가 있을 때 난 좀더 상의하길 바라는데 남자들은 얼른 결정을 내리려 한다”는 여자 직원의 불만, “우리 팀 여자들은 질문이 너무 많아서 자꾸 일 처리를 늦어지게 한다”는 남자 직원의 불평은 ‘성별 이해 지능’이 떨어져서라고 한다. 임지선 기자
황광우 지음
생각정원·1만5000원 소크라테스는 신을 경건하게 숭배하는 사람이었다. 젊은이들에게도 몸의 욕망을 절제하고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라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에서 그를 사형에 이르게 한 죄목은 ‘신에 대한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킴’이었다. 지은이 황광우씨는 이 아이러니를 풀기 위해서는 “시선을 법정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원전 450년경인 페리클레스 시대는 아테네 민주정이 위용을 떨친 아테네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동시에 500여 폴리스로부터 약자의 피와 땀을 갈취하던 제국의 시대였다”고 진단한다. 이런 ‘오만한 제국’ 아테네에 소크라테스는 ‘독사에게 물린 듯한 고통’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화술로 “정의와 절제”를 강조하며 줄기차게 돌직구를 날렸다.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의 경구 또한 ‘힘과 명예’에만 함몰된 아테네인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래서 지은이는 “‘아테네인의 소크라테스 재판’은 거꾸로 ‘아테네인을 향한 소크라테스의 재판’이었다”고 평한다. 이 책은 “살면서 단 한순간도 사랑에 빠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 소크라테스에 대한 ‘전’이다. ‘평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 데 대해 지은이는 “소크라테스 철학에 플라톤 등 제자들의 철학이 혼재돼 있어 소크라테스의 독자적인 철학을 밝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이본 쉬나드, 빈센트 스탠리 지음박찬웅 외 5명 옮김
틔움·1만2000원 2011년 11월25일치 미국 <뉴욕 타임스>에는 이상한 광고가 실렸다.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파타고니아 회사는 자신들이 만든 재킷 사진과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라는 말을 넣었다. 이유인즉슨 새 옷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니 기왕이면 중고제품을 먼저 구매하고, 정 없으면 새로운 옷을 사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고객들이 매장에 입던 옷을 가져오면 수선 서비스를 잘해주는 데 주력한다. 이상한 점은 여럿이다. 1988년 파타고니아 보스턴 매장 직원들이 두통을 호소하자 회사는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면 옷의 수축과 주름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포름알데히드가 지목됐다. 그로부터 6년 뒤 파타고니아는 모든 옷을 유기농 목화로 만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항공연료를 덜 소비하기 위해 사업체를 한 지역에 모으기도 했다. 공장 수를 줄이는 대신 양질의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와만 계약을 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 어려움을 핑계로 이런 책임들을 미룬다. 그러나 파타고니아가 바라보는 경쟁의 지형은 좀 다르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와 쉬나드의 조카 빈센트 스탠리는 이 책에선 “우리의 경쟁사는 쓰레기와 폐기물을 줄이려고 더욱 노력한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는 기업, 파타고니아사의 선서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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