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천개의바람 제공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해변가 학교에 있던 아이들
역경 헤쳐낸 희망의 기록
해변가 학교에 있던 아이들
역경 헤쳐낸 희망의 기록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천개의바람·1만3000원 “각자 온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해.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키는 거란다.” 조금은 무섭고 냉정한 말이 그림책 첫 장에 나온다. 할아버지와 손주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그림은 한없이 평화롭기만 한데 말이다. 두 사람은 지진이 종종 일어나는 일본 동북 지방의 바닷가에 산다.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지진해일)가 온다. 살려면, 뛰어야 한다. 할아버지가 자신처럼 어부가 되고 싶다는 손주에게 건네는 이 말은 간절한 부탁이다. 2011년 3월11일 쓰나미가 왔다. 손주가 다니는 우노스마이 초등학교와 그 옆의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는 해안에서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학교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 대비 훈련을 해왔지만, 정말로 거대한 쓰나미가 학교를 덮치던 순간 “나는 달리기가 느려서 이제 틀렸다”며 우는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하늘색 운동복을 입고 위로, 위로 달리는 아이들의 흐름은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로 보인다. 그 생명력이 무시무시한 쓰나미의 파도를 이겨내는 듯 역동적이다. 크레파스와 유화로 그린 그림은 투박하고 진득하다. 아이들은 피난을 가면서 “○○으로 피난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부 쪽지’를 집 앞에 붙여 두었다. 가족을 찾으려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줄여준 이 쪽지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작가는 대지진의 피해가 워낙 심각해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해 쓴 이 책을 “포기할 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책을 펴낸 것은 아이들의 눈동자 속 ‘살아 있는 희망’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초등학생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천개의바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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