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레지나 지음
한겨레아이들·1만2000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그림책이라니! <바늘땀 세계여행>은 쪽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15개 나라 이야기를 71쪽에 꿰맨 책이다. 펠트 위에 구슬, 스팽글, 단추로 수를 놓아 만든 국기가 화려하다. 오스트리아 국기는 빨간색 바탕에 가운데 흰 줄이 그려진 단순한 모양이지만, 책에선 레이스와 구슬로 채운 흰색과, 작은 꽃으로 수놓은 빨간색이 눈을 홀린다. 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이탈리아에서 미술을 공부한 박레지나 작가는 평면에 질감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 손맛을 살린 세계 이야기는 나라마다 다른 독특한 특징을 전한다. 색실로 수놓은 국기를 넘기면 입고 먹고 자는 그 나라 생활 이야기가 수놓여 있다. 네덜란드라면 튤립, 고다 치즈, 나막신, 산타클로스 모델이 된 성 니콜라스가 한 페이지에 담겨 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는 알록달록 천 조각으로 곱게 꾸며졌다. 어른들은 압도적인 풍경에 끌리지만 아이들은 만만한 볼거리를 사랑한다.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이든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이든 인도의 타지마할 성지든 이 그림책에선 모두 공평하게 작고 섬세하다. 싱가포르엔 정말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알록달록 사탕가게가 많이 있을까? 네덜란드 풍차는 진짜 꽃 속에 묻혀 있을까? 어른들의 여행기가 가보지 못한 나라 풍경을 사실적으로 전할 동안, 어린이 그림책은 다른 나라에 대한 고운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 바늘 땀과 천의 짜임 같은 작은 것들이 눈을 사로잡는 그림책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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