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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남 일 아닌 원전사고…한국, 탈핵만이 답

등록 2013-11-10 20:14수정 2013-11-11 11:35

한 주를 여는 생각
한국 탈핵
김익중 지음
한티재 펴냄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공통점은? “원전 개수가 많은 국가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앞으로 핵 사고 확률이 가장 큰 나라로 원전 보유 개수가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이고 땅 면적당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 한국을 꼽는다. 한국은 원전을 더 지어 2024년엔 ‘세계 3위 원자력대국’이 될 계획이다.

<한국 탈핵>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변함없는 우리 정부의 ‘원자력 사랑’에 쉽고도 명쾌한 논리로 맞선다. 용어부터가 문제다.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라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핵력을 이용한 발전이므로 핵발전소(Nuclear Power Plant)가 맞다.

핵연료는 한 번 넣으면 4년 동안 열을 낸다. 4년을 쓰고 난 것이 ‘사용후 핵연료’인데 엄청난 열과 방사능을 뿜어내 ‘고준위 핵폐기물’로 분류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10년 동안 식힌 뒤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아직 인류에게 없다. 현재 핀란드가 천연 암반 지역 지하 500m 아래에 고준위 핵폐기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그 미래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한국은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중이다. 지은이는 “경주 방폐장 부지는 곡괭이로도 파지는 최하등급(5등급) 암반인데다 콘크리트를 바르고 방수작업을 한 뒤에도 하루 1300t의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다”며 “결국 방폐장이 물에 잠길 것임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주에 사는 김 교수는 경주 방폐장 부지 안정성 논란이 불거지던 2009년 반핵운동에 뛰어들었다. 결론은 한 문장이다. “한국은 탈핵을 해야 하고, 탈핵은 가능하며, 세계가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다음은 한국?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라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경주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다 ‘반핵 운동’에 뛰어든 의대 교수가 그동안의 탈핵 강의록을 책으로 펴냈다. 그가 말하는 원자력을 둘러싼 4가지 거짓말은 뭘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고도 최근 한국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수준보다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솔직히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과 안전성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과 전기의 안정적 공급, 에너지 안보 등 정책적 과제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논리를 설명했다.

국민 수용성, 안전성, 온실가스 감축, 전기의 안정적 공급…. 언뜻 봐서는 원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한국 원자력 산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도 ‘어려운 용어’로 변질시키는 자세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김익중 교수의 <한국 탈핵>(한티재 펴냄)은 말한다. 쉬운 말로, 그러나 과학자 특유의 ‘검증’ 근성으로 성실히 쓴 이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다.

서울대에서 의학과 미생물학을 공부하고 동국대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주에 살던 김익중 교수는 2009년 경주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며 ‘반핵 운동’에 눈을 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장면을 수백번 다시 보며 “저런 일이 한국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을 돌며 탈핵 강의를 시작했다. 2년 반 동안 한 450번의 강의가 이 책의 발판이 됐다.

책은 ‘핵 발전’에 관한 ‘네가지 거짓말’을 검증한다. 첫번째가 “원자력은 안전하다”다. 지은이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 사고를 통해 핵발전소의 원리와 위험성을 설명한다. “일본에선 원자로가 녹는 ‘멜트다운’에 이어 밖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멜트스루’까지 일어났다. 일본은 사고 현장에 로봇까지 투입했지만 바로 고장나버려 녹아내린 핵연료의 양, 온도, 색깔, 방사능 정도 등 아무것도 정확히 모른다. 오염수는 모두 태평양으로 방출되고 있다.”

“원자력은 싸다”는 주장도 거짓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전의 발전 단가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공개된 적이 없는” 현실에서 ‘원자력이 가장 싸고 태양광이 가장 비싸다’는 정부의 발표는 의혹투성이다. 지은이는 태양광이 핵 발전보다 싸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공식 발표 자료를 제시한다. 태양광은 처음 설치비를 빼면 이후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지만 핵 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 안전 장치 비용, 핵발전소 폐쇄 비용 등이 계속 든다는 얘기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비싸다”와 “재생 가능 에너지로는 충분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는 말도 국외 재생에너지 사례를 제시하며 거짓말임을 드러낸다.

원전 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다. 핵발전소 개수는 미국이 1위(104개), 프랑스가 2위(58개), 일본이 3위(54개), 러시아가 4위(32개), 그리고 한국이 23개로 5위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을 더 지어 모두 42개의 원전을 운영할 계획이다. 책은 다음 핵 사고 후보지로 후쿠시마 이후에도 정책 변화가 없는 한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네 국가를 꼽았다. “유난히 원전 비리가 많은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이미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이다. 후쿠시마에서도 일렬로 서 있던 10개 원전 중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만 4개가 폭발했다.

지은이는 한국의 피폭 위험도를 직접 측정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8개월 동안 매일 아침 경주의 아파트 5층에서 방사능을 측정했다. 일본 방향에서 동풍이 부는 날 특히 공기 중 방사능 물질이 높게 검출됐다. 식품 방사능 측정기도 구입해 일본산 수산물의 오염도 확인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2012년 1~6월 냉동 고등어, 냉동 명태 등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수산물이 110회 수입됐으며 1800t 모두 “세슘 오염이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그대로 유통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자력과 관련한 거짓말 중
첫번째가 ‘안전하다’는 말
그동안 일어났던 사고는 모두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났다

세계 5위 보유국인데다
후쿠시마를 보고도 꿈쩍 않고
유난히 원전 비리가 많은
한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다

‘기준치’라는 말로 인한 착각도 짚고 넘어간다. 지은이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마치 의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듯한 인상만 풍긴다”며 “방사능에 안전 기준치는 없다”고 말한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하며 이는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피폭량 기준치를 20배 높였다. 기준치대로 두었다가는 전 국민을 피신시켜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현 주민들은 어린이에 대한 기준치만이라도 올리지 말라고 탄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기준치는 ‘정부의 책임 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기준치가 존재하는 것도 핵 사고 때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 200여가지 중 세슘, 요오드뿐이다. 이마저도 허술하다. 반감기가 짧아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 의사회’에서 ‘불검출’이어야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요오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기준치를 300㏃/㎏(킬로그램당 베크렐·음식물 1㎏ 안에서 1초에 일어나는 핵붕괴의 횟수)로 관대하게 잡아놓았다가 지난 9월 이를 100㏃/㎏로 낮췄다. 지은이는 “달성 가능한 수치가 낮은데도 기준치가 높은 것은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업체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내 몸에 들어온 방사능 총량’이 중요한데도 한가지 음식만 검사해 “기준치 이하니까 안전하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꼬집는다. 지은이는 피폭량 계산에 중요하게 쓰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국제원자력기구와 밀접한 관계의 원자력 산업을 추진하는 국제기구)가 만들어낸 ‘피폭선량계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

핵 발전은 말 그대로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연료로 열을 내 전기를 만든다. 핵연료는 워낙 에너지가 커 4년 동안 열을 낸다. 4년 지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버리는 방법을 아직 인류는 찾지 못했다. 10년 동안 찬물에 식힌 뒤 10만년 이상을 격리해 보관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없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원자력은 원래부터 무책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핵폐기물’ 문제는 이미 ‘원자력 강국’ 한국의 고민이 된 지 오래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리, 영광, 울진에서는 발전소당 매년 20t씩, 월성에서는 94t씩 ‘고준위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경주의 월성 원전 부지에 보관되어 있다. 이런 임시저장소도 포화상태라 늘려야 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현재 경주에 ‘중저준위방폐장’을 건설하고 있다. 형식은 세계 최초로 ‘고준위핵폐기장’을 건설중인 핀란드와 유사하다. 땅을 파서 동굴을 짓고 그곳에 폐기물을 보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자연 조건이 전혀 다르다. 핀란드의 공사 부지는 한국의 경기도 크기의 견고한 암반이 있는 지역으로 이를 500m 파고들어가 폐기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도 그 미래를 아무도 장담 못한다. 경주 공사 현장은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의 암반으로 쉽게 부서진다. 또한 콘크리트를 바르고 방수작업을 했어도 하루 1300t의 물이 유입될 정도로 주변에 많은 양의 지하수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지은이는 “결국 경주 방폐장은 물에 잠길 것이란 사실을 환경단체도, 국가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도,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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