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우리학교 제공
나와 상대 마음을 알아주는
부모와 자녀의 비폭력 대화법
부모와 자녀의 비폭력 대화법
김미경 지음
우리학교·1만3000원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와서 채널을 돌렸어요. ‘아빠, 저 보고 있어요’ 했더니 ‘쓸데없는 것 그만 보고 공부나 해’라더군요. 좋아하는 가수가 나와 그렇다며 채널을 돌렸더니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방으로 들어오는데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어요. 화가 난 아버지는 잠긴 제 방 문을 마구 두드렸고 전 벌벌 떨며 친구에게 어떡하냐고 문자를 보냈어요. ‘느낌을 그대로 말해보라’는 친구 말에 전 문에 대고 ‘아빠, 저 지금 무서워요’라고 울먹이며 말했어요. 순간 아버지가 동작을 멈췄어요.” 17살 남자 청소년의 이야기다. 부모라는 어른들이 마음대로 아이가 보고 있던 채널을 바꿨다. 곧바로 아이가 다시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바꿨다. 소통이 없는 폭력적인 상황, 일촉즉발의 순간이다. 아버지는 불을 뿜었다. 상황을 바꾼 것은 아들이었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순간, 아들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기 느낌을 말했다. 아버지가 멍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의 지은이이자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다 비폭력 대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김미경씨는 “내 마음을 알고 상대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비폭력 대화법”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학교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 어른들의 강요에 지친 몸뚱이를 끌고 학교로 학원으로 끌려 다니는 청소년들은 이런 대화에 목이 말라 있었다. 책의 목차만 따라가도 비폭력 대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내 마음을 내가 봅니다”, “상처 주는 말을 먼저 알아차립니다”, “느낌을 말합니다”, “필요를 말합니다”, “부탁합니다”, “마음을 알아줍니다”, “공감으로 들어줍니다” 같은 소제목은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만 나의 분노, 피곤, 짜증, 슬픔을 나눌 수 있단 사실을 차근히 알려준다. 책에는 아이들이 직접 쓴 동시도 담겨 있다.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회관 문이 깨져 있다/ 우리들은 바람이 깼다 생각하고/ 어른들은 우리가 깼다 생각한다”(<회관 문>, 강원 삼척 고천분교 3학년 고현우) “공부하랬는데 어디 갔었노?/ 나는 군것질하러 갔다고/ 당당히 말했다/ 나만의 시간도 좀 있는 거지/ 엄마의 말만 따를 순 없다”(<군것질>, 부산 동백초 5학년 한경민) 비폭력 대화법을 배워야 하는 어른들도 많다. 부모와 청소년기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우리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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