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사계절 제공
신석기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역사 일기’ 시리즈 10권 완간
세밀한 인포그래픽 곁들여
‘역사 일기’ 시리즈 10권 완간
세밀한 인포그래픽 곁들여
조호상·김영미 글, 김효은·강부효 그림
사계절·1만2800원 신석기 시대부터 1970년대 산업화 시기까지 한반도 역사를 어린이들의 일기 형식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 사계절 출판사의 ‘역사 일기’ 시리즈가 마지막 10권이 나오면서 완간됐다. 10권은 시골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 공부하게 된 명란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골 소녀 명란이의 좌충우돌 서울살이>다. 작가 조호상씨가 일기글을 썼고 사학자 김영미씨가 정보글을 채웠다. 명란이의 일기는 1974년 9월3일에 시작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명란이는 ‘나의 꿈 발표하기’ 시간에 한숨을 내쉰다. 여자가 공부하는 걸 쓸데없다고 여기는 아버지 때문에 중학교도 가기 힘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 배운 한을 가슴에 안은 채 서울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큰언니는 “동생이라도 배워야 한다”며 명란이를 서울로 데리고 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명란이는 빈부 격차와 큰언니의 고된 삶을 보며 놀란다. “은경이 엄마는 외출 중이었고 식모 언니가 쟁반에 과자와 음료수를 가져다주었다. 그 언니를 보자 괜스레 마음이 찡했다. 큰언니도 공장에 들어가기 전 2~3년 동안 식모살이를 했다는 게 생각났다.” 서울에서 사귄 친구 집에 놀러간 날, 명란이의 일기다. 책에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농촌 마을의 풍경, 남의 집에 텔레비전을 보러 마을 사람들이 모이던 모습, 쥐잡기 운동,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등 그 시대의 풍경화부터 박정희 대통령과 유신 헌법, 국민 의식 교육, 반공 웅변 대회 등 시대상을 설명해주는 그림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정보를 담은 그림을 뜻하는 ‘인포그래픽’이라 할 이 그림들은 작가와 학자, 화가와 편집자가 힘을 모은 결과물이다. ‘아이의 눈을 통해 본 역사’라는 기획에 일기글만큼 적합한 형식은 없을 것이다. 이 기획은 또한 ‘지배층, 어른, 남성’ 중심의 역사 기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10권의 시리즈에 출연한 신석기 시대,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일제 강점기의 아이들, 그리고 산업화 시대의 명란이까지 모두 그 시대의 풍요와 아픔은 온몸으로 누리고 느끼며 성장했다. 훗날 2013년 아이의 일기가 시리즈에 더해질 때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는 것도 책이 주는 여운 중 하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