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눈물’
최인호 미공개 글 모은 유고집 ‘눈물’
어릴적 추억과 암투병 빼곡히 기록
어릴적 추억과 암투병 빼곡히 기록
“탁상 위에는 지난 수년 동안 묵주기도를 올릴 때마다 흘렸던 눈물로 포도송이처럼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 이렇게 글을 쓰면서 이렇게만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스스로 ‘고통의 축제’라 불렀던 투병의 시간 5년을 지나 지난 9월25일 향년 예순여덟으로 생을 마감한 소설가 최인호의 유고집이 출간됐다. 제목은 <눈물>(여백 펴냄)이다. 책은 그가 생전에 앉아 글을 쓰고 기도했던 탁상에 남은 눈물자국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008년 침샘암 진단을 받은 뒤 고통과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작가는 탁상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글을 써내려갔다. 그 기록이다.
‘사랑하는 벗이여’로 시작하는 원고는 그의 아내 황정숙씨가 남편의 책 더미 속에서 발견했다. 투병생활 중에도 2011년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했고, 올해 3월 산문집 <인생>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계속했던 작가에게 이번 유고집에 담긴 글들은 “죽어 버린 제 육체의 거부할 수 없는 마지막 자백”이었다고 한다.
책에는 예닐곱살 무렵의 추억부터 암 발병 이후의 일상까지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또한 그가 동갑내기 동무인 이해인 수녀에게 부쳤던 편지들, 배우 안성기, 영화감독 이장호, 소설가 김홍신씨 등 수많은 이들이 쓴 추모사, 손녀들의 편지 등이 담겼다. 아트디렉터 박화영씨가 책의 이미지를 구성했다.
편집상 책에 들어간 마지막 글은 그가 서울고등학교 1학년 재학 당시 쓴 시 <학원>이다. “나는 내 이 시퍼런 감정들에게/ 하늘을 용트림 치며/ 날아다니라고 일러두리라// … // 그때 나는/ ‘보라! 내 감정은 살아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하고 소리치리라/ 결코 나는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나는 잠을 자지 않노라.”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