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분홍고래 제공
세예드 알리 쇼자에 지음
엘라헤 타헤리얀 그림, 김시형 옮김
분홍고래·1만2000원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이냐? 이 마을 사람들은 내 말만 듣지 네 얘기는 안 들어.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겨울이길 바란다고!” 거대한 눈사람이 해님을 향해 고함을 쳤다. 애초 이 눈사람은 동네 아이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눈사람이 느닷없이 그 마을을 지배하려 들었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거만해진 눈사람은 계절의 변화조차 거부하며 해님을 쫓아내기에 이른다. “이 근처 나무는 모두 새싹이 돋았어요. 이 마을만 동네 한가운데 눈사람을 세워놓고 있다고요.” 해님의 절규는 마을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눈사람에게 부채질을 하고 “까마귀는 아침에 못 울게 하라”는 황당한 명령까지 수행하느라 우왕좌왕이다. 보다 못한 해님이 구름을 힘껏 밀어젖히고 빛을 쏘아보낸 뒤에야 눈사람도 녹고 마을 사람들의 얼어붙은 삶도 녹아버린다. 권력과 복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이 그림책은 이란 작가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지은이는 “이 세상 어떤 어린이도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고 결코 녹지 않겠다고 버티는 그런 눈사람은 만나지 않기를 빈다”고 책 말미에 적었다. 우리가 만든 눈사람이 거만하게 군다면 눈사람을 부술 수도, 녹게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분홍고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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