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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판은 내용·형태 바꾸는 것, 쇄는 출간 횟수

등록 2014-01-02 20:12

문화 콕콕 ‘판’과 ‘쇄’ 어떻게 다를까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건물 5층에는 도서 자료실이 있습니다.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 2000년 이성과힘 출간)을 찾아 판권 표시를 찾아봤습니다. ‘초판 1쇄 발행 2000년 7월10일’. 아래 긴 설명이 있습니다. “이 책은 1978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으며 그 간기는 다음과 같다. 초판 발행 1978년 6월5일, 39쇄 발행 1986년 1월25일, 재판 발행 1986년 4월1일, 47쇄 발행 1993년 6월10일, 3판 발행 1993년 8월5일, 25쇄 발행 1997년 4월30일, 4판 발행 1997년 5월30일, 23쇄 발행 2000년 3월24일.”

이성과힘에서 내기 전 문학과지성사에서 네 차례 판을 바꿔 모두 134쇄를 찍었다는 말입니다. 출판사가 바뀌어 판과 쇄는 다시 ‘초판 1쇄’가 됐지만, 기록을 남겨 2000년대 독자들도 책의 역사를 오롯이 알 수 있게 됐지요.

모든 책에는 ‘판’과 ‘쇄’를 적어놓습니다. ‘판’은 ‘그 내용과 형태가 그 전 판과 다른 발행판’을 뜻하고 ‘쇄’는 ‘출간 횟수를 세는 단위’입니다. 처음 찍을 때 ‘초판’, 횟수로는 ‘1쇄’라 하지요. 한 쇄에 몇 부를 찍을지는 출판사 마음입니다. 몇 년 전까지 1쇄에 2000~3000부를 찍었지만 최근엔 불황 탓에 500~1000부를 찍기도 한답니다.

책이 100쇄를 넘는 건 그야말로 출판계 경사입니다. 1990년대에 최인훈의 <광장>(문학과지성사)과 조세희의 <난쏘공>이 100쇄 잔치를 열었고 2000년대엔 안도현의 <연어>(문학동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조정래의 <아리랑>(해냄),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등이 100쇄를 넘어섰습니다.

책 내용을 바꾸거나 고칠 때 ‘판’을 갑니다. 인쇄용 필름을 뽑던 ‘탁상 출판’ 시절에는 고칠 내용이 많으면 판을 갈아야 했지만 컴퓨터로 작업하는 ‘시티피’(Computer To Plate) 시스템에서는 어지간하면 판을 갈 필요가 없어졌죠. 하지만 부분 수정이어도 의미가 있을 때는 판을 바꿉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카페 창업기를 다뤄 인기를 끈 <낭만적 밥벌이>의 지은이가 몇 년 뒤 카페 문을 닫게 되었을 때, 독자에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왜 카페를 그만두었는지를 덧붙여 2판을 냈다”더군요.

판 갈이는 지은이와 출판사의 고심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쇄가 늘어감은 인기의 지표이죠. 한 출판사 대표는 “전에 출판됐던 책인데도 ‘초판’으로만 표기해 새 책처럼 내놓거나 홍보를 위해 ‘쇄’를 부풀리는 행위는 ‘책의 역사’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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