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북극곰 제공
고요한 나라 추억의 여정
이별에 힘겨워하는 아이
조용하게 안아주는 그림책
이별에 힘겨워하는 아이
조용하게 안아주는 그림책
문지나 글·그림
북극곰·1만5000원 아이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있다. 검은 옷을 입고서도 아이들은 천진하다. 아빠 옷, 아빠 모자를 만지며 묻는다. “아빠는 어디 계세요?” 상복을 입고 창밖만 바라보던 엄마가 답한다. “아빠는 아주 먼 나라로 가셨어. 그곳은 고요한 나라란다.” 거실 한쪽에 놓인 아빠의 가방도, 째깍째깍 시계도, 벽에 붙은 가족 사진도 그대로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아직 어린 오빠와 더 어린 여동생의 의문은 풀릴 길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가지, 아빠가 그립다는 것. 아이들은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종이비행기를 날린 순간, 아이들은 비행기를 따라 ‘고요한 나라’를 향한 신기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눈길 위에서 이상한 버스를 타고 검은 소라 동굴도 지나 아이들이 가닿은 바닷가는 밝고 푸르다. 바닷가 구석구석 아빠와의 추억이 박혀 있어 눈이 부시다. “아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따뜻한 바람에게서 아빠의 품을 느낀 아이들은 그날 밤, 오랜만에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두 손을 꼭 잡고 어딘지 모를 세계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작은 어깨를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라 해도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다. 이 그림책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뒤 그림 공부를 했다는 문지나씨의 첫 작품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인 북극곰의 이루리 편집장은 2013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문씨를 처음 만나 이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현대적이고 환상적인 그림”과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를 작가의 장점으로 꼽았다. 책 맨 앞장에는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써 있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작가는 늦은 밤 아이들이 차가운 눈길을 헤매는 장면에서조차 작은 발자국, 손전등 불빛, 달빛과 별빛 등을 따뜻하게 그려 넣었다. 아빠 잃은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가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리며 비로소 슬픔을 극복했다고 한다. 새해, 이별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조용하게 안아줄 그림책이다. 동시에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일상이 훗날 얼마나 빛나는 추억이 되어 내 삶을 지탱해 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해준다. 초등 1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북극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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