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출판 잠깐독서
삶을 위한 죽음 오디세이
리샤르 벨리보, 드니 쟁그라 지음
양영란 옮김
궁리·2만5000원
삶을 위한 죽음 오디세이
리샤르 벨리보, 드니 쟁그라 지음
양영란 옮김
궁리·2만5000원
“우리가 언젠가 죽는 것은 매일 죽기 때문이다.” 매일 우리 몸속에서는 쓸모없어진 100억개의 세포가 죽는다. 세포 자살, 아포토시스 과정을 통해 기관은 발달하고 생명은 유지된다. 책은 뉴런의 발달에 관여하는 수백억 세포의 죽음이 생명의 원천이 되는 것을 보면서 “죽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 경탄한다.
암 예방·치료 권위자 리샤르 벨리보와 혈액종양학 전문연구원 드니 쟁그라는 종양과 싸우면서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매혹됐다. 그런데 무엇이 죽음일까? 예전엔 심장이 멈추는 것 아니면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이라고 했지만 인공호흡기 발명으로 이 기준은 무효다. 책은 “죽음은 곧 우리 각자의 정체성의 표시인 뇌라고 하는 영혼의 죽음”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죽음에 대한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예술·철학적 통찰을 아우르는, 죽음에 대한 ‘가정용 대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누가 죽음에 대해 참고하고 싶어한단 말인가. 책은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이해해야 하며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일상적으로 줄을 타보아야 한다”고 했다. 암과 바이러스 감염과 변사, 공자, 하이데거를 넘나들며 죽음을 여행한 책은 이렇게 결론내린다. “그렇다고 최종 결론이 달라지진 않는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먼지로 되돌아간다. 그래야만 지구에서 생명모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원자들을 지구 생태계에 제공할 수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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