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출판 잠깐독서
상속의 법칙
클레어 비드웰 스미스 지음
최하나 옮김
새움·1만4800원
상속의 법칙
클레어 비드웰 스미스 지음
최하나 옮김
새움·1만4800원
열여덟살 소녀는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를 떠올리며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본다. 엄마가 죽었다. 엄마가 죽었다. 엄마가 죽었다. 뱉어낸 말의 이물감에 온몸을 웅크리며 이기심을 자책한다. 투병중인 엄마의 갈라진 입술과 각질로 뒤덮인 발을 보며 역겨움을 느끼고 ‘이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죽던 날, 병원으로 달려가는 대신 짝사랑하는 남자애의 집으로 간다. 그 기억은 수년간 그를 괴롭힌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에 대한 에세이다. 지은이는 철강업체를 소유한 사업가 아빠와, 누구나 한번쯤 돌아볼 법한 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었다. 행복하던 시절은 열네살이 되던 해 엄마 아빠가 연달아 암 진단을 받으며 기울어 갔다. 늦둥이로 태어나 각별했던 사랑만큼 부모의 죽음은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부정하고, 분노했으며, 절망하고, 무너졌다. 지은이는 이 과정을 흑백사진처럼 담담하고 섬세하며 놀랍도록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상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뿐이다.” 이제 호스피스 상담사이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은이는 슬픔에 갇히지 않고 슬픔을 ‘지나는’ 법을 이야기한다. “단 한명이라도 슬픔 속에서 덜 외롭게 걸어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지은이가 건네는 위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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