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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살육의 시대에 맞선 인문주의자의 기록

등록 2014-02-16 20:09

2월 17일 교양 잠깐독서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지식공작소·1만8000원

“친구 여러분들은 이 길고 어두운 밤 뒤에 마침내 아침노을이 떠오르는 것을 보기를 빕니다. 나는, 이 너무나 성급한 사나이는 먼저 떠나가겠습니다.”

책은 1942년 2월 지은이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로 시작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히틀러가 자신을 비롯한 유대인 작가들의 책을 불사르기 시작하자 브라질로 망명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차 대전을 겪어낸 그에게 망명생활은 이미 익숙했겠지만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유럽에 이은 세계의 자멸을 지켜볼 힘이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제의 세계>는 그가 죽기 직전 해인 1941년, “붕괴되어 가는 시대를 보며 한 조각의 진실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쓴 생애 회고이자 1900년께부터 1939년까지 유럽의 세태에 대한 기록이다. 1995년 한국어판이 발간됐다 절판됐던 것을 올해 1차 대전 100주년을 맞아 다시 출간했다.

인문주의자이며 전기작가인 츠바이크는 책에서 적진과 중립국, 혁명중인 나라들을 오가며 당대의 시대정신을 압축적이고 생생하게 스케치한다. 포화 속에서 마주친 당대인들의 모습은 세계를 믿고 인간성을 믿게 하는 질긴 끈이었다. 군복을 입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희망에 찬 러시아의 막심 고리키, 생의 마지막 질병과 싸우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국가주의가 돌림병처럼 번져갈 때 용기있게 입을 연 로맹 롤랑 등이 모두 살육의 시대에 저항하던 그의 전우들이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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