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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녹색’이 꿈꾸는 세상

등록 2014-02-16 20:14

행복하려면, 녹색
하승수·서형원 지음
이매진·1만3000원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책은 4개의 그래프를 제시한다. 초·중·고 학생들의 낮은 행복도, 65살 이상 노인들의 자살 사망자 지수, 지난 20년 동안 증가해온 1인당 전력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그래프다. 책은 이것들이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제 성장과 더 많은 소비”라는 미신이 낳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쓰고, 버리고, 더 쓰고 살면서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행복하지 않은 나라. 책은 “행복하려면, 녹색!”이라고 외친다. 현재 녹색당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씨가 주로 집필을 맡았고 서형원 과천시의원이 유럽 도시들을 탐방해 제4장 ‘녹색으로 꿈꾸는 지역’을 썼다.

이들은 ‘경제 성장은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2009년 법대 교수직을 버린 하승수씨는 “한국 정도면 행복해지기에 충분한 물질적 조건이 갖춰졌는데도 우리는 왜 이러고 사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학생들, 관료들의 요구대로 ‘립서비스’를 해주는 교수들을 보며 회의가 깊어졌다.

“사회가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는데 나만 행복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는 결론에서 그는 ‘녹색 정치’를 선택했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며 풀뿌리 운동주의자였던 하승수는 “국가 정치, 지구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빙산에 부딪혀 곧 죽게 될 운명을 알아채지 못했던 ‘타이타닉’에 현재의 상황을 빗대며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를 경고한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노인들이 울부짖다 죽음을 선택하는데 한국 전기 소비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대기업들은 여전히 전기를 펑펑 쓴다. 위험해도 편리한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얻는 일에도 고민이 없다.

책은 “녹색 전환과 기본 소득을 상상하자”고 말한다. 모든 일이 환경을 덜 파괴하고 더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운영되는 것이 녹색 전환이라 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통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도 ‘녹색’이 꿈꾸는 세상이다.

2012년 한국에도 녹색당이 만들어졌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정당 득표율이 2% 미만일 경우 정당 등록을 취소하는 정당법 때문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난달 이러한 정당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면서 ‘녹색당’이라는 이름이 유지되게 됐다. 지은이들은 “녹색당이 가진 지구적 네트워크, 지역 풀뿌리 운동과 연계한 활동을 통해 웃음과 낙관, 비폭력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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