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은숲 제공
<공부하기 싫은 날>
신엄중학교 학생들 지음
김수열·이경미 엮음
작은숲·1만1000원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신엄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시를 써서 모았다. 전교생에게 수업시간이나 수행평가 때 시를 쓰라고 했으니, 말 그대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쓰기 싫은데 쓴 아이도 있을 터다. 하지만 모아놓고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분노, 짜증과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쓰기’의 힘이라 하겠다. “세탁기 하나 돌리지 못한다고/ 내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고양이 같은 동생에게 욕먹다니// 이놈의 세탁기야/ 다 너 때문이다”(<이놈의 세탁기, 강아름)와 같이 동생에게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고 “나는 지금 게임 중/ 형은 지금 열공 중// 5년 뒤 나는 지금 삽질 중/ 5년 뒤 형은 지금 연구 중”(<인생>, 고정우)이라며 공부 잘하는 형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내기도 해 끄덕끄덕 이해하며 웃음짓게 된다. 하지만 “나는 찍는다/ 바코드를 찍는다// 나는 닦는다/ 바닥을 닦는다//…// 나는 눕는다/ 앓아 눕는다// 그렇다/ 나는 알바생이다”(<나는 알바생이다> 부분, 고민지)와 같이 이미 고달픈 노동 인생을 살고 있는 중3 남학생, “반짝반짝 빛나는 눈/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종이가 베일 듯 갸름한 턱//…/ 다음 생애라도 그렇게 태어나길…”이라며 한숨짓는 중3 여학생의 고민은 가볍지 않다. 책을 기획한 두 명의 국어 교사는 ‘시험문제’ 대신 아이들에게 “시를 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작은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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