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2월 24일 출판 잠깐독서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사계절·1만2800원 이런 사람 도무지 현실에선 있을 것 같지 않다. 암 선고를 받은 남편 병을 고치러 서울 아들네 집에 얹혀살게 된 양춘단 할머니는 대학에서 청소일을 해보겠냐는 제의에 감읍한다. 어릴 적 오빠들과 어린 동생에 밀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꿈도 꾸지 못했던 대학에 (청소하러) 가게 됐다는 소식을 어머니 아버지 영정에 먼저 고하고 형제들에게도 “나 대학 가게 되었노라”고 전화 돌린다. 그곳이 햇살 넘치는 교정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4평짜리 지하 컨테이너 휴게실이라는 사실은 쏙 빼고. <합체> <맨홀> 같은 청소년 소설을 썼던 작가가 이번엔 어른들의 이야기로 풍속소설을 냈다. 대학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양춘단 할머니의 가족사를 얼기설기 빗질하고 사람들의 비루하고 속악한 면모를 말끔히 훔쳐내어 할머니가 결국 세상과 한판 붙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양춘단 할머니는 복도를 날래게 걸레질하고 다니면서도 강의실을 훔쳐보고, 폐지 속에서도 대학 먹물들 냄새를 맡는다. 일찍이 새댁일 적 자기 몸만한 돌로 마을 비석을 세웠고, 늙어서는 억울한 죽음에 망치 들고 맞서는 이런 할머닌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대학 넓은 벽에 푸른 얼룩처럼 살아가는 청소노동자, 분명 살아 있는데 다들 밟고 다니는 할머니, 혼자 떨어진 내가 아니라 ‘사람들’로 거듭난 이는 어딘가 있음에 틀림없다. 작가는 말미에 “이 책 등장인물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당신은 본 적이 있을 거다”라고 적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박지리 지음
사계절·1만2800원 이런 사람 도무지 현실에선 있을 것 같지 않다. 암 선고를 받은 남편 병을 고치러 서울 아들네 집에 얹혀살게 된 양춘단 할머니는 대학에서 청소일을 해보겠냐는 제의에 감읍한다. 어릴 적 오빠들과 어린 동생에 밀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꿈도 꾸지 못했던 대학에 (청소하러) 가게 됐다는 소식을 어머니 아버지 영정에 먼저 고하고 형제들에게도 “나 대학 가게 되었노라”고 전화 돌린다. 그곳이 햇살 넘치는 교정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4평짜리 지하 컨테이너 휴게실이라는 사실은 쏙 빼고. <합체> <맨홀> 같은 청소년 소설을 썼던 작가가 이번엔 어른들의 이야기로 풍속소설을 냈다. 대학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양춘단 할머니의 가족사를 얼기설기 빗질하고 사람들의 비루하고 속악한 면모를 말끔히 훔쳐내어 할머니가 결국 세상과 한판 붙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양춘단 할머니는 복도를 날래게 걸레질하고 다니면서도 강의실을 훔쳐보고, 폐지 속에서도 대학 먹물들 냄새를 맡는다. 일찍이 새댁일 적 자기 몸만한 돌로 마을 비석을 세웠고, 늙어서는 억울한 죽음에 망치 들고 맞서는 이런 할머닌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대학 넓은 벽에 푸른 얼룩처럼 살아가는 청소노동자, 분명 살아 있는데 다들 밟고 다니는 할머니, 혼자 떨어진 내가 아니라 ‘사람들’로 거듭난 이는 어딘가 있음에 틀림없다. 작가는 말미에 “이 책 등장인물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당신은 본 적이 있을 거다”라고 적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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