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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인용 식탁이 사라진다면

등록 2014-03-02 20:43

<우리는 가족일까>
<우리는 가족일까>
우리는 가족일까
몸문화연구소 엮음
은행나무·1만6000원

가족은 무엇인가. 당신은 가족이 있어 행복한가, 혹은 가족 없이도 행복한가? ‘몸’의 관점에서 우리 문화와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몸문화연구소’가 2012년에 ’가족’을 주제로 열었던 시민 강좌를 발전시켜 책을 만들었다. 다양한 학자들이 10편의 글을 썼다.

“가족은 꼭 필요한가?”란 질문으로 첫 글을 쓴 최은주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혈연이 아닌 복잡한 관계로 섞인 공생적 관계가 오히려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하면서 충만한 가족을 발명”한다고 분석한다. “4인용 식탁이 사라져도 가족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러나 이 모든 개인들 간의 결연이 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행복”이라고 말한다.

김종갑 몸문화연구소장은 전근대 가족과 근대 가족의 비교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전근대의 가족은 혈족의 일원에게 사회적, 심리적 안정감을 보장해주었지만 동시에 가장의 명령에 복종하고 ‘집안의 원수’라면 개인의 사랑쯤은 포기해야 하는 로미오의 처지가 돼라 요구했다. 하지만 권위의 공간이던 과거의 가정은 현대에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이 되기 시작했다. 출산과 양육 외에 근대의 가족에게 남아 있는 기능은 없었다. 가장의 권위는 사라졌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가족이 아닌 ‘직장’이다. 김 소장은 “근대적 의미의 국가의 탄생은 가족을 공허한 형식으로 만들어놓았다. 이 공허한 형식의 이름이 이른바 핵가족”이라며 “자칫하면 주저앉을 수 있는 껍데기 가족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19세기 ‘스위트홈’과 사랑의 이념”이라 주장한다.

가족 치료사인 이은주씨는 수많은 사례를 접하며 “가족은 더는 중요한 무엇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서로 돈만 보고 결혼했던 부모가 이혼한 뒤 새엄마와 갈등했던 딸의 사례, 유부남의 아이를 낳고서는 남자에 대한 원망으로 한평생 아이를 구박한 엄마 이야기…. 책은 가족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안식처’라는, 가족이 해체되면 불행할 거라는 가족 이데올로기는 ‘허상’이라고 말한다.

가족 ‘역할’도 다시 본다. 서길완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새천년의 엄마 노릇은 거의 광적인 수준”이라며 “아이와의 애착을 강조하는 개념들이 우리 사회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죄책감, 불안, 후회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문제를 권위와 자유의 갈등으로 분석하고 싱글맘, 독신남의 삶도 들여다본다.

결국 “사랑과 정서적 유대, 신뢰와 소통이 없는 곳에는 가족도 없다”는 결론이다. 당신이 단 한 사람에게서든, 어떤 공동체에서든 가족 같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 없이 자유를 빼앗고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라면 그것은 껍데기가 아닌지 책은 묻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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