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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공의 개념을 재정의한 허핑턴

등록 2014-03-09 20:04

제3의 성공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1만5000원
이제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된 <허핑턴 포스트>를 2005년 창간한 뒤 2006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뽑힌 아리아나 허핑턴의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2007년 4월6일 나는 피를 흥건히 흘린 채 홈오피스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과로와 수면 부족에 따른 실신이었다.

“이런 삶이 정말 성공이란 것일까?”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가던 그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돈과 권력이 기준인 기존의 성공 개념은 탈진과 중독을 낳았다. 우리 자신과 사회를 위해서라도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성공을 재정의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그렇게 탄생한 ‘제3의 성공’은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이라는 네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개인적인 삶까지 희생하며 기업을 위해 자신을 혹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과로 사회’를 만들기에 앞장섰던 서구 기업조차 이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2013년 <포천>이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보면 웰빙을 강조하는 기업이 눈에 띈다. 4위에 오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주 60시간 이상의 ‘과도한 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레드 존’(위험인물)으로 분류한다. 생명공학 회사 위스콘신은 요가 강습, 헬스장, 건강식과 함께 휴식 공간인 ‘제3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도 <허핑턴 포스트>를 바꿨다. 퇴근 후나 주말에 이메일 답신을 요구하지 않고 점심을 제대로 먹게 하는 등 일상의 태도부터 고쳐나갔다. 수면실을 만들고 명상과 요가 교실을 개설했다. 직원들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은 책상을 제공했고 냉장고마다 요구르트와 후무스(콩과 오일, 마늘을 섞은 중동 음식), 과일 등을 채워 넣었다. <허핑턴 포스트> 홈페이지에 ‘라이프스타일’을 추가해 이러한 담론을 넓혀나갔다.

두번째로 그는 ‘지혜’를 강조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일과 성공이라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세계에 영혼과 연민, 즉 언젠가부터 잊힌 것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기를 끄고 명상하는 시간을 권한다. 남성적 과로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을 그는 ‘세번째 여성혁명’이라 칭한다.

어린아이의 ‘경이로움’을 되찾자는 것이 세번째 방향이다. 2013년 <허핑턴 포스트 독일>이 출범한 날 뮌헨에 내린 비를 보며 그가 느꼈던 경이로움. 하지만 바쁜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빗방울이다. 이어 그는 베풂과 사랑이 더해져야 ‘제3의 성공’이 완전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전히 바쁘다. 최근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출범을 맞아 한국을 찾았던 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절을 찾아 명상과 산책을 했다. 충분히 자고 웃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 2007년 실신하기 전과는 분명 다른 삶이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돈을 더 벌고 성공의 사다리를 더 높이 올라가라 부추기는 요란한 신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지금보다 더 품위 있고 더 즐거운 삶”을 상상해보자고 책은 제안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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