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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이들 황금 똥 먹고 누렇게 영근 호박

등록 2014-03-16 19:39

그림 책읽는곰 제공
그림 책읽는곰 제공
초등학교 짝꿍이 겪은 일 소재
호박밭 아저씨의 독려와 호통
냄새까지 잘 살려 그림책으로
똥호박
이승호 글, 김고은 그림
책읽는곰·1만1000원

책에는 똥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데 그 냄새가 참으로 구수하다. 누런 황금 똥 먹고 누렇게 영근 호박 표지부터가 그렇다. 더럽다 여기지 말고 글쎄, 이야기부터 들어볼 일이다.

여섯 살 동이, 네 살 동순이가 있다. 심심한 어느 날,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호통 아저씨와 마주쳤다. “야아, 늬덜 일루 좀 와 봐라!” 동네가 쩌렁쩌렁, 아이들은 쭈삣쭈삣. 아저씨 질문은 기가 막힌다. “동순아, 아침 많이 먹었니야?” “이예.” “아침 많이 먹었으문 배 안에 똥도 많이 찼겄네?” “잘 모르겄는디유.”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아저씨가 파놓은 구덩이에 앉아 똥을 누게 된다. 겁이 난 동순이, 아무리 낑낑대도 똥이 안 나온다. 결국 작은 똥 찔끔. 아저씨는 혀를 찬다. 다음은 동이 차례. 동이가 엉덩이를 내리자 “뿌우욱!” 큰 소리가 났다. 똥 한 무더기가 수북이 쌓였다. “아주 금똥이구먼, 금똥이여!”

아이들이 똥을 싼 곳은 아저씨네 호박밭. 그해, 아저씨 밭에는 튼실한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저놈들 똥 먹고 자란 호박이유, 으흐흐.” 그때부터 아저씨는 동이네 집에 호박을 잔뜩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늬덜 참 장한 일 했다이.” 엄마 아빠는 마냥 좋아하신다. 엄마는 호박으로 죽도 쑤고 떡도 찐다. 오누이는 호박죽 먹고 한 뼘, 호박떡 먹고 또 한 뼘 자란다.

호통 아저씨는 호통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동이 아저씨, 동순이 아줌마한테 호박을 보내준다고 한다. 호통 할아버지는 요새도 동네 아이들에게 호통을 친다. “늬덜 똥은 어쩌자고 이 모냥이냐? 먹는 게 달라져서 그렁 겨? 옛날에 동이랑 동순이 똥은 참 좋았는디 말여.”

글을 쓴 이승호 작가는 이 이야기가 초등학교 때 짝꿍이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충남 예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당시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늘 생각해오다가 어른이 되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잘 익은 똥과 토실토실한 호박의 느낌을 냄새까지 잘 살려 그린 이는 독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김고은 작가다. 두 작가는 <책 좀 빌려줘유>에 이어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4살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책읽는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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