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화 지음/창비·1만1000원 “봄에 시작된 줄 알았던 우리의 고등학교 생활은 사실 겨울에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이곳에서 총 세 번의 겨울을 함께 지낸 모든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겨울로 시작해 겨울에 끝을 맺는다. 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교복을 준비하는 2월부터 졸업식이 있는 2월까지다. 파릇파릇 새싹 냄새가 날 듯한 10대 후반기, 고등학교 시절은 책 속에서 (우리의 현실이 실제 그러하듯) 춥고 황량하게 그려진다. 소설 속 인물 중 하나인 다정은 졸업생 대표로 앞에 나가 ‘겨울’을 이야기한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10대들의 혼란한 마음의 결
결국 봄을 향해 나아가다 <어쨌든 밸런타인>은 제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를 한 오세란 문학평론가는 “청소년기를 인생의 봄이 아닌 겨울로 상징하며 고등학교 3년을 ‘겨울을 세 번 거친다’는 표현으로 압축해 청소년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1986년생 젊은 작가 강윤화는 이 책에서 십대들의 혼란스럽고 수치스럽고 어쩔 줄 모르겠는 그 마음의 결을 글로 잘 살려냈다.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통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인형 수집 등의 취미 활동을 끈으로 하여 10대 친구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둔 참에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 “한동안 글쓰기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한다. 어릴 때 상처로 인해 몸과 마음을 닫아버린 유현, 소꿉친구인 유현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아끼는 재운, 모범생과 문제아로 서로를 증오하지만 같은 얼굴을 가진 쌍둥이 홍석과 진석, 수학여행 준비든 팬클럽 활동이든 왕성하게 하며 자신의 우상인 ‘알렉스’가 사는 미국에 가길 꿈꾸는 다정, 동성을 좋아해 오히려 ‘남자들이 맘대로 내 몸 만지는 거,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이수. 여섯 명의 세계가 서로 뒤엉키며 소설 속 시간은 졸업식을 향해 흘러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준다.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학교 학생들을 안내해주는 일에 손을 든 다정에게 영어 선생은 “후보로 9반 조성임이 올라와 있어. 걔 발음 알지? 거기에 비하면 다정이는 물론이고 7반에는 신청할 자격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7반 중간고사 때 꼴찌 했잖아”라고 냉소한다. 그럼에도 겨울을 버텨낸 아이들은 봄을 향해 나아간다. 자물쇠를 채운 방에서 손목을 긋던 유현은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열린 졸업식에서 초콜릿을 받았다. 달콤하고 씁쓸한, 어쨌든 밸런타인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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