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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주4·3 사건 66년, 기억과 화해를 말할 때

등록 2014-03-30 20:07

1948년 4월3일 제주에 남로당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군부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민 3만여명을 집단 학살했다. 제주 4·3 사건이다. 제주 전 지역이 학살 장소가 됐고, 지금도 북촌리 너븐숭이에는 아기무덤 20여기가 남아 있다. 아기무덤은 국가가 무장대를 진압하겠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을 무고하게 학살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로부터 52년 만인 2000년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됐고, 3년 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리고 4·3 사건 66년을 맞은 올해 정부는 이날을 국가추념일로 정했다.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서해문집·1만2900원

4월3일을 앞두고 출판사 서해문집이 두권의 책을 내놨다. 제주 태생으로 제주 지역신문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낸 허영선 시인이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에서 당시 사건을 눈으로 보듯 정밀하게 그렸다. 현장에서 살아남아 아흔을 넘긴 홍순 할머니의 증언이 처절하다. “피가 괄락괄락(콸콸) 쏟아지는데 세살배기 아이가 젖인 줄 알고 빨아먹고 있었어. 징그러운 시절이야.”

1948년 11월부터 계엄령과 육해공 합동 ‘초토화 작전’으로 중산간 주민 2만여명이 숨졌고, 가족 중 한명이 사라지면 ‘도피자 가족’으로 몰아 남은 가족들을 대신 죽이는 ‘대살’까지 자행됐다. “검질(김·잡초) 매러 갔다가”, “보리 베러 갔다가”, “조를 수확하던 중 휩쓸려” 학살의 대상이 된 이들도 있었다. 지은이는 “제노사이드(대학살) 그 자체가 4·3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지은이는 “지금 여기 4·3의 현재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다시 희망을 말한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의 ‘4·3 연작’이 삽화로 들어가 당시 아픔을 더 생생하게 전한다.

지슬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서해문집·1만4900원

4·3 사건을 다룬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를 원작 삼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도 나왔다. <지슬>은 당시 공권력을 피해 제주 큰넓궤동굴에 숨었던 주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지난해 개봉해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14만 관객을 동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은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와 인물, 구도를 살려 원작이 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굵은 붓을 활용한 김금숙 작가의 수묵화 형식 그림이 원작의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검은색 외에 색깔을 전혀 쓰지 않아 한국 특유의 ‘한’이 담긴 듯 애잔한 슬픔도 보여준다. 김 작가는 프랑스에서 조각과 만화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고, 한국 만화책 100권 이상을 번역해 현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원작자 오멸 감독은 “4·3 사건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고 추모하고, 위로하고, 안녕을 기원해야 옳은 이치라 본다. 이 아픈 기억이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 옷을 입고 나서는 것에 반가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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