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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 출판사들, 봄은 ‘해고의 계절’?

등록 2014-04-04 08:17수정 2014-04-04 14:31

중앙북스, 전체직원 40% 사직서 쓰게해
민음사, 직원 6명 해고했다 논란일자 철회
출판편집자 40명 중 절반 이상 해고 경험
대형 출판사에서 직원들을 무더기로 자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출판계 부당해고 문제가 쟁점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직원 한두명 해고가 ‘관행’처럼 된 현실에 침묵하던 출판노동자들도 출판노조협의회를 구성하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지분 100%를 소유한 출판사 중앙북스가 지난달 직원 40명 중 40%에 가까운 15명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중앙북스는 지난달 19일 “회사가 어려워 40~50%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편집부 18명 중 6명, 마케팅 부서 6명 중 3명, 디자인 부서 4명 중 2명 등 15명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회사에 출근했다가 갑작스레 해고 사실과 함께 3월 안에 나가라는 사쪽의 요구를 들었다. 이들은 현재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다.

중앙북스의 조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직원을 정리해고할 경우 50일 전에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경영진은 해고가 불가피한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를 설명해야 하며 해고 예고는 서면으로 30일 전에 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북스는 대상자들에게 개인 사유로 사직한다고 사직서를 쓰게 했다. 한 해고자는 “이 때문에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해고자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다른 해고자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직할 때까지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직원도, 대출 갱신 기간이라 4월까지만 다니게 해달라는 부탁도 모두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중앙북스는 한해 80억~1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출판사. 그러나 대출이 많아 2011년 한해 이자 비용만 10억원에 이르는 등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 1월 대표로 취임한 노재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취임한 뒤 경영 상황을 보니 빚이 많고 아주 어려운 상태였다”며 “권고사직 형태이긴 하지만 정리해고나 일방해고가 아니고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직원들이 각자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초에는 역시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가 직원 6명을 해고했다가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사흘 만에 해고를 철회했다. 현재 5명만 복귀한 상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사장이 갑자기 직원을 불러 그만두라고 하는 식의 부당해고는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최근 민음사, 중앙북스와 같은 대량해고는 전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일반 제조업체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책’을 다루는 지식노동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노동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다. 노조 조직률이 낮고 공개적으로 항의할 경우 다른 출판사로 이직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지난달 말 ‘출판 노예 12년’이란 주제로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를 제작한 정유민 프리랜서 편집자는 “편집자 40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니 절반 이상이 부당해고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중앙북스의 한 해고자도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도 갑자기 해고를 통보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3일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출범했다. 일부 출판사에만 있던 개별 노동조합을 묶어줄 상급 협의체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를 맡은 강변구(37) 사계절 역사기획부 과장은 “협의회 출범 뒤 첫 사업으로 출판계 노동 실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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