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림 제공
아빠, 간질간질 또 해주세요
간질간질
최재숙 글, 한병호 그림/보림·8500원
아이가 심심해 할 때,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간질간질>에서 아빠는 아들 유준이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기로 한다. 간질간질, 킥킥킥. 익살스러운 아빠의 표정, 깜짝 놀랐다가 곧바로 웃는 아이의 표정. 놀이는 시작됐다.
겨드랑이를 감춘 유준이가 애벌레처럼 도망친다. 옴쭐옴쭐. 아빠는 이번에 유준이 배꼽에 푸르륵. 간지러움에 몸둘 바 모르는 아이는 우하하. 이제 유준이는 배꼽을 감추고 악어처럼 도망친다. 아그작 아그작. 발목을 잡아 간질이자 웃음소리는 켈켈켈. 간신히 발을 빼낸 유준이는 개구리처럼 도망친다. 팔짝팔짝. 자꾸 간지럽히는 아빠를 피해 엄마품으로 도망갔던 아이는 곧 다시 몸을 쏙 빼내며 말한다. “간질간질 또 해주세요!”
색연필로 가볍게 그린 듯한 그림이 아빠와 아이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준다. 아빠가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간지럽힐 때마다 아이는 몸을 움츠리거나 펼쳐 애벌레로, 개구리로 변해 도망을 간다. 그럴 때면 아빠도 애벌레, 개구리가 돼 아이를 쫓아간다. 아이의 가슴은 더 두근댄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른들이 장난감없이도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가 얼마나 많은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아빠가 몸 이곳저곳을 간지럽힐때마다 달라지는 유준이의 웃음 소리와 각종 의태어는 읽는 맛을 더한다. 입으로 소리내 읽고 있자면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다.
<간질간질>은 <엄마랑 뽀뽀> <아빠한테 찰딱>에 이은 보림 출판사의 ‘몸 놀이 책’ 시리즈다. 아빠 토끼에게 아기 토끼가, 아빠 기린에게 아기 기린이 달려와서 찰딱 안기는 모습을 담은 <아빠한테 찰딱>을 썼던 최정선 작가는 “어릴 때 아버지가 앉아 계시면 무조건 아버지 등에 기어 올라갔다. 아버지는 나를 대롱대롱 매단 채 쿵, 쿵 걸음을 옮겼다”는 추억을 털어놨다. 그림을 그린 한병호 작가는 “딸아이가 젖먹이일 때 곧잘 배 위에 올려놓고 같이 낮잠을 잤다”고 말했다. 아이와 부모가 살갗을 부비며 몸으로 놀았던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 사실을 ‘몸 놀이 책’ 작가들이 보여주고 있다. 1살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보림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