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다산북스·1만5000원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다산북스·1만5000원
공부 잘하는 사람이 더 공부하라고 하니,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을 법하다. 다행히 여기서 ‘공부’는 흔히 생각하는 그 공부는 아니다. 만 16살 서울대 법대 입학, 만 26살에 최연소 교수, 미국 버클리대 법학박사, 대표적 진보 지식인…. 이 모든 화려한 이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지은이 조국 교수는 그야말로 ‘엄친아’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알아온 지은이의 모습. 그런 그가 왜 교수가 되자마자 감옥에 가야 했는지, 부족할 것 없는 서울대 교수의 자리에서 왜 굳이 정치·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놨다.
1979년 10월, 그는 눈앞에서 부마민중항쟁을 목격한다. 이어 10·26 서울의 봄, 5·17 쿠데타, 5·18 광주민주항쟁, 제5공화국 출범까지 모두 고교 3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야수들이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야만의 시대”였던 대학시절, 연애는 물론 사법시험도 뒷전으로 하고 사회과학 책만 파고들다가, 교수 임용이 되자마자 1993년 급진적 노동운동 조직이었던 ‘사노맹’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게 된다.
“감옥 안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또 온갖 일이 벌어졌다. (…) 빨간 수번 딱지를 가슴에 붙이고 포승에 묶여 생활해야 하는 사형수와 간식을 나눠먹으며 대화하기도 했고, 조폭 중간간부와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기 싸움을 하기도 했으며, ‘개털’이라 불리는 힘없고 돈 없는 수인들의 항소이유서를 써주기도 했다.”
지은이는 반년간의 수감 생활을 “형사법 학자로서 ‘참여관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한다. 또 창살 밖의 세상이 정말 자유로운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쇠사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책은 ‘호모 아카데미쿠스’(공부하는 인간) ‘호모 레지스탕스’(저항하는 인간) ‘호모 주리디쿠스’(정의로운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 4부로 이뤄져 있다. 매순간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하는 지은이의 고민이 엿보인다. “쪽방에서 살아야 하는 빈민들은 법이 자신에게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법은 ‘정치의 자식’이며 현실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돈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계속 공부에 매진한다고 밝힌다. 지은이는 단언한다. “내 삶의 두 축은 학문과 참여다.”
교수로서 청년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공부’는 진정한 나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니, 젊은 날 체제가 “깔아놓은 레일”에서 벗어나 부디 스스로의 열정을 발견하라고. “겁내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기죽지 마라. 길들여지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굴복하지 마라. 그리고 저항하라……. 공부를 할수록 그 용기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공부라면 차고 넘치도록 했지만 다시 공부를 말하는 이유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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