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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축구는 왜 골 결정력이 부족한가

등록 2014-06-22 19:31수정 2014-06-23 14:04

<축구의 세계사>
<축구의 세계사>
축구의 세계사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
서강목·이정진·천지현 옮김
실천문학·4만8000원
2014년 브라질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러시아 골키퍼의 실책으로 유일한 득점을 뽑았다. 역설적으로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가 다시 확인된 순간이었다.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 왜일까?

지은이는 한국의 골 결정력 문제가 문화적 차이에서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당시 비쇼베츠 한국대표팀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레오나르도 페트로프는 이렇게 증언했다. “한국에서 팀은 주장을 정점으로 하고 제일 어린 선수가 아래에서 받치는, 엄격하게 위계적인 통일체로 이해되었다. (…) 상대 팀의 페널티 지역까지 공을 몰고간 뛰어난 실력의 한국 선수는 골을 넣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결코 자기 것으로 하는 법이 없으며, 항시 자기 대신 골을 넣을 ‘형’을 찾는다.”

위계질서를 따지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유럽 쪽에서는 선수가 선발 명단에서 빠지면 “왜 나를 뺐냐”고 따지지만, 일본 선수들은 감독을 찾아와 “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무얼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축구 감독을 지낸 아르센 벵거 현 아스널 감독도 “그들은 내가 구체적인 지시를 해주기를 원했다. (…) 나는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고 되돌아봤다. 유럽식 축구 문화가 유교권 선수들의 서열 문화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골 결정력 부재’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1200쪽을 넘는 책은 아시아권 축구 문화의 특성뿐 아니라 지은이의 20년간 연구를 바탕으로 전세계 축구의 기원과 역사를 고증하듯 담았다. 축구가 계층과 인종, 자본과 노동, 식민지와 제국주의, 국가의 폭력, 시민들의 저항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방대한 분량의 책 안에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는 “어떤 근대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 완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수십년간 축구에 천착한 이유는 ‘축구가 전세계를 지배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30억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를 직접 즐기는 사람들이 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같은 시간대 축구를 한다면 5000만명의 주심과 5000만개의 축구공, 경기장이 있어야 한다. 지은이는 “어떤 단일한 종교도 지리적 분포 면에서 축구와 견줄 수 없다. 축구보다 더 전지구적인 문화적 실천이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영국 출신의 스포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지은이는 “어느 팀이 왜, 어떻게 이기고 패배했는지, 축구가 국가, 시장, 돈, 권력과 어떻게 상호작용 했는지를 기록했다”며 “축구에 대한 사랑을 예찬하지만, 그 사랑을 돈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도 기억하는 역사”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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