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출판 잠깐독서
다카하시 데쓰시 지음, 황선종 옮김
더숲·1만3900원 장사를 처음 시작한다면 우선 가게를 잘 꾸미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라면 가게를 고급스럽게 꾸며놓으면 라면 같은 서민적인 음식이 오히려 보잘것없고 맛없게 느껴질 수 있어서 역효과란다. 반대로 비싼 술집은 문턱을 높여야 한다. 무겁고 큰 문, 넓고 깊은 카운터, 대리석 테이블 등으로 들어오긴 어렵지만 앉으면 나가기 싫은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일본 인테리어 디자이너 다카하시 데쓰시가 쓴 책은 가게를 꾸미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소재를 고르고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지를 꼼꼼히 충고한다. 입구엔 높은 의자를 두고 안으로 들어올수록 편안한 소파를 두면 점점 더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청백색 조명보다는 붉은 불빛이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고, 손님들의 피부색도 건강해 보이도록 한다. 좋은 매장에는 최고의 치수가 있다는 주장도 편다. 요즘엔 높은 카운터가 유행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120㎝를 넘는 카운터보다는 1m 남짓한 카운터가 편하다. 초밥집 카운터는 75㎝, 철판구이집은 72㎝ 높이의 카운터가 적정 치수란다. 일본에서 잘되는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인테리어를 꼼꼼히 살폈다는 지은이는 “디자인은 다양한 문제를 조형으로 해결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주인장의 지혜가 담긴 새로운 가게를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참고가 될 듯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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