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4권 교토의 명소
유홍준 지음/창비·1만8000원 책을 열면 유홍준 교수의 정갈한 손글씨가 먼저 얼굴을 내민다. ‘온화하게, 공경스럽게, 맑게, 고요하게.’ 일본 다도의 완성자 센노 리큐(1522~1591)가 화(和), 경(敬), 청(淸), 적(寂) 네 글자로 다도 정신을 정립한 것을 지은이가 우리 말로 아름답게 번역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엉킨 문제를 현명히 해결하고 두 나라가 동아시아 문화 창조의 친밀한 동반자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지은이의 뜻이 담겼다. 유 교수가 2년간의 일본 문화 답사기 여정을 끝마쳤다. 책으로 떠나는 마지막 일본 여정에서 천년고도 교토의 사찰 9곳, 다도의 종가 2곳, 정원 2곳을 답사했다. 화두는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다. 유 교수의 답사 시리즈는 그동안 부제를 통해서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설명해왔다. 이번 책은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부제를 달았다. ‘그들(일본)의 내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우리(한국)의 사연’을 되짚어본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은 부족하다, 쓸쓸하다는 뜻의 ‘와비(侘び)·사비(寂び)’라는 말로 대표된다. ‘일본식 아름다움’의 특질이 워낙 독특하다. 2년간 일본 문화 답사기 네 권을 써온 유 교수도 “그 뜻을 다 요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할 정도다. ‘일본 다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센노 리큐는 “달님도 구름 사이가 아니라면 싫습니다”는 모호한 말로 이런 아름다움의 특성을 설명했다. 유 교수는 “꽉 짜인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한 듯 여백이 있고, 아름다움을 아직 다하지 않은 감추어진 그 무엇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센노 리큐의 발자취가 서린 대덕사 다실에서 와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다다미 2~3장 크기의 풀을 얹어 지은 다실은 작은 족자와 꽃 한송이로 검소하게 꾸몄다. 이런 소박함은 ‘리큐 취향’이라는 말을 낳으며 지금도 일본식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하나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리큐가 즐겨 사용했던 ‘교겐 바카마’라는 차 그릇이 고려 말기 ‘상감청자 국화무늬 통형잔’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센노 리큐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모임을 책임지는 ‘다두’가 됐을 때, 도요토미가 화려함이 극에 달한 황금 다실을 사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국화와 칼’로 상징되는 일본식 양극 문화의 오랜 전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유 교수는 “교토의 명소를 찾아가는 답사의 주제는 불상이나 건축이 아니라 정원”이라고 단언한다. 왕가의 별궁인 가쓰라 이궁 같은 정원에 일본식 아름다움이 깊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은 빈 마당을 꾸미는 조경 개념이 아니라 정원을 창조하는 ‘작정’이라고 불리며 ‘일본 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은각사, 금각사 등 사찰 답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무사 문화가 귀족, 불교 문화와 어우러져 일본 특유의 미적 가치를 만들어낸 사실도 알 수 있다. 일본 답사를 끝낸 지은이는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 남한강변을 따라 충청-경기-서울로 거슬러 오르는 답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일본편 4권 교토의 명소
유홍준 지음/창비·1만8000원 책을 열면 유홍준 교수의 정갈한 손글씨가 먼저 얼굴을 내민다. ‘온화하게, 공경스럽게, 맑게, 고요하게.’ 일본 다도의 완성자 센노 리큐(1522~1591)가 화(和), 경(敬), 청(淸), 적(寂) 네 글자로 다도 정신을 정립한 것을 지은이가 우리 말로 아름답게 번역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엉킨 문제를 현명히 해결하고 두 나라가 동아시아 문화 창조의 친밀한 동반자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지은이의 뜻이 담겼다. 유 교수가 2년간의 일본 문화 답사기 여정을 끝마쳤다. 책으로 떠나는 마지막 일본 여정에서 천년고도 교토의 사찰 9곳, 다도의 종가 2곳, 정원 2곳을 답사했다. 화두는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다. 유 교수의 답사 시리즈는 그동안 부제를 통해서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설명해왔다. 이번 책은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부제를 달았다. ‘그들(일본)의 내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우리(한국)의 사연’을 되짚어본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은 부족하다, 쓸쓸하다는 뜻의 ‘와비(侘び)·사비(寂び)’라는 말로 대표된다. ‘일본식 아름다움’의 특질이 워낙 독특하다. 2년간 일본 문화 답사기 네 권을 써온 유 교수도 “그 뜻을 다 요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할 정도다. ‘일본 다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센노 리큐는 “달님도 구름 사이가 아니라면 싫습니다”는 모호한 말로 이런 아름다움의 특성을 설명했다. 유 교수는 “꽉 짜인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한 듯 여백이 있고, 아름다움을 아직 다하지 않은 감추어진 그 무엇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센노 리큐의 발자취가 서린 대덕사 다실에서 와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다다미 2~3장 크기의 풀을 얹어 지은 다실은 작은 족자와 꽃 한송이로 검소하게 꾸몄다. 이런 소박함은 ‘리큐 취향’이라는 말을 낳으며 지금도 일본식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하나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리큐가 즐겨 사용했던 ‘교겐 바카마’라는 차 그릇이 고려 말기 ‘상감청자 국화무늬 통형잔’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센노 리큐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모임을 책임지는 ‘다두’가 됐을 때, 도요토미가 화려함이 극에 달한 황금 다실을 사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국화와 칼’로 상징되는 일본식 양극 문화의 오랜 전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유 교수는 “교토의 명소를 찾아가는 답사의 주제는 불상이나 건축이 아니라 정원”이라고 단언한다. 왕가의 별궁인 가쓰라 이궁 같은 정원에 일본식 아름다움이 깊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은 빈 마당을 꾸미는 조경 개념이 아니라 정원을 창조하는 ‘작정’이라고 불리며 ‘일본 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은각사, 금각사 등 사찰 답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무사 문화가 귀족, 불교 문화와 어우러져 일본 특유의 미적 가치를 만들어낸 사실도 알 수 있다. 일본 답사를 끝낸 지은이는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 남한강변을 따라 충청-경기-서울로 거슬러 오르는 답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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