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쌍방향성에 대한 통찰을
생산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
단순한 스마트폰 제조사 아닌
모바일 인터넷 회사 지향
생산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
단순한 스마트폰 제조사 아닌
모바일 인터넷 회사 지향
허옌 지음, 정호운·정세경 옮김/예문·1만3500원 샤오미 CEO 레이쥔의 창업신화
후이구이 지음, 이지은 옮김/느낌이있는책·1만6500원 샤오미(小米). 좁쌀이라는 뜻의 겸손한 이름을 가진 이 중국 기업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잘나가는 스마트폰 제조사 하나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그것은 수천수만의 이병철과 정주영이 맹렬하게 펄떡거리는 중국 경제라는 용광로를 들여다보는 일이며, 중국이 더이상 우리가 알던 ‘짝퉁민국’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또한 도전정신으로 뭉친 창업가들의 열정으로 들끓는 중국과, 3세 승계를 무사히 끝내는 게 최대 과제인 한국의 재벌들 사이에 놓인 심연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우울한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샤오미는 설립한 지 3년 만인 2013년 2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쳤고, 올해 2분기에는 삼성마저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직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가 일본 소니의 두배가 넘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샤오미의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샤오미 인사이트>와 <샤오미 CEO 레이쥔의 창업신화>는 이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1987년 우한대학교 컴퓨터학과에 입학한 뒤 2년 만에 모든 과목을 이수한 노력파 영재였다. 그가 1학년 때 짰던 ‘파스칼 프로그램’이 대학 교재에 실리기도 했다. 재학 시절 우한전자상가에서 내공을 닦은 뒤 친구들과 함께 소프트웨어회사를 창업했지만 사업자금도 마케팅 경험도 없었던지라 곧 실패하고 말았다. 졸업 뒤 베이징으로 상경한 레이쥔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의 소프트웨어업체 킹소프트에 1992년 입사해 6년 만에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15년 동안 중국 아이티업계의 대표선수로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싸우며 독자적인 인터넷 운영체제를 개발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사표를 던진 그는 벤처기업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여러 인터넷 관련 업체들의 성공을 이끌며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버릴 수 없었고,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구글의 넥서스폰 사업 실패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마흔의 나이에 샤오미를 창업했다. 킹소프트의 클라우드서비스, 중국의 대표적 제3자 지불서비스업체 ‘라카라’,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샤오미 허즈’, 인터넷쇼핑몰 ‘판커’와 ‘러타오’ 등 그가 투자했거나 일했던 벤처기업들은 훗날 샤오미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 ‘샤오미 아이티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하드웨어를 전혀 모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스마트폰으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샤오미의 첫번째 성공요인은 인터넷 집단지성을 활용한 이른바 ‘팬덤 마케팅’이다. 미펀(米紛)으로 불리는 ‘샤오미 팬클럽’은 제품 개발과정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강력한 소속감을 갖고 있다. 레이쥔 자신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게시판에 글을 달며 미펀의 요구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이를테면 (샤오미의 운영체제인) 미유아이는 처음에 중문 간체, 중문 번체, 영문 등 세가지 버전으로만 개발됐었다. 하지만 열정적인 미펀들이 샤오미를 위해 25종의 언어를 더 업로드했다. 또한 미유아이 운영체제 지원 기종은 36종에 불과했지만 수많은 미펀의 노력으로 143종으로 늘어나게 됐다.” 평소 스티브 잡스를 존경해서 옷까지 똑같이 입을 정도인 레이쥔은 잡스의 완벽주의까지 모방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폐쇄주의를 지향했던 잡스와는 달리 고객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반영하는 열린 방식을 지향했다. 레이쥔은 또 스마트폰을 기존 유통 채널이 아닌 인터넷으로만 판매함으로써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물건이 몇 분 만에 동나버리는 식의 ‘헝거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샤오미는 ‘짝퉁 아이폰’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리콘밸리가 연구하는 무서운 상대가 됐다. 레이쥔의 이런 경영철학은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대한 통찰을 실제 경영에 반영한 것으로 거의 혁명적이라고 할 만하다. 샤오미의 정체성을 스마트폰 제조사에 가두지 않고, 모바일 인터넷 업체라고 열어놓은 것도 인터넷의 발전 방향을 꿰뚫은 혜안이다. 레이쥔이 입버릇처럼 되뇌인다는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에서 태풍의 길목이란 바로 모바일 인터넷이다. 레이쥔에게 스마트폰은 모바일 인터넷의 들머리를 선점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레이쥔은 샤오미티브이, 스마트카 등 생활의 모든 분야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에 버금갈 만한 고급 사양의 스마트폰을 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1999위안, 우리돈 약 34만원)에 팔았던 것도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레이쥔이 각 분야의 인재들을 끌어모아 샤오미를 세우고 거대 업체들과 싸우는 과정은 잡스가 애플을 만들 때와 유사해 보인다. 지금 중국엔 최고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들이 넘쳐흐른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티 강국’이라고 자랑했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몇몇 포털과 이동통신업체, 전자회사가 독과점 시장에 안주하며 혁신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고시’로 대표되는 인재의 대기업 집중 현상은 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돈과 사람을 모두 빨아들인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혁신 대신 골목상권을 넘보기 바쁘다. 과연 우리 경제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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