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리처드 A. 레오 지음, 조용환 옮김
후마니타스·2만9000원 감옥에 간다, 심지어 사형을 당할 수 있다. 두렵지 않을까? 치명적인 중범죄마저 자백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그런데도 자백은 대개 ‘심리 수사의 쾌거’처럼 받아들여진다. 경찰 수사에서 폭력, 고문 따위를 자행하던 ‘3급 수사’가 사실상 사라진 착시효과다. 피의자 신문의 패러다임은 물리적 강압에서 심리적 조종으로 변화했다. 현대적 피의자 신문 기법은 경찰을 ‘심리 조종자’로 훈련시킨다. 피의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심리 조종자의 입맛에 맞는 증언을 한다는 사실은 공포스럽다. 손쉬운 예는 이런 것이다. “알렉스, 너와 네 아버지에게 말한 것처럼 아주 심각한 상황이야. 알고 있지? 이제 모든 걸 해결할 기회를 줄 게. 그럼 몇가지 대답을 해줘야 해. 불편한 것 없지?” 경찰이 애초 고지한 ‘당신의 말이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미란다 원칙은 온데간데없다. 지은이는 거짓말 탐지기, 자백 약, 음성 스트레스·진술 분석 등 ‘과학’의 얼굴을 한 수사도 피의자 심리를 조종하는 사이비 기법이라고 꼬집는다. 죄를 짓지 않은 실험자의 거짓말 탐지기 통과 비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지은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피의자 신문 관련 판결에 그의 연구를 인용할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형사법 전문가다. 법무법인 지평의 조용환 변호사가 500쪽 분량의 책을 우리말로 꼼꼼히 옮겼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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