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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네네~ 고객님~ 어떤 엄마 원하세요?

등록 2014-12-11 21:53

그림 푸른숲 주니어 제공
그림 푸른숲 주니어 제공
전화 주문 ‘엄마 가게’
발칙한 상상력 유쾌한 깨달음
엄마를 빌려드립니다
에이비 롱스태프 글, 로런 비어드 그림
김영진 옮김/푸른숲 주니어·1만원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이기 마련이다. “장난감 어서 치워” “소파에서 뛰지 말라고 했지”라고 큰 소리를 치는 우리 엄마가 아이들은 못마땅하다. 항상 내 일에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우리 엄마보다 다른 친구들 엄마가 훨씬 멋져 보인다. 다른 엄마들은 요리도 잘하고 잘 놀아주고 잔소리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다른 엄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아이에게 <엄마를 빌려드립니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마음에 꼭 드는 엄마를 원하세요? 그렇다면 엄마 가게에서 새 엄마를 찾으세요! 멋지고 친절한 엄마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신문 광고를 보면서 ‘엄마 가게’에 전화해 새 엄마를 보란 듯이 주문하는 상상 말이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다.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를 내 맘대로 바꿔본다는 상상은 아이에게 뭔지 모를 통쾌함을 주고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주인공은 ‘엄마 가게’에 전화해 현재 엄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자기가 원하는 엄마를 주문한다. 아이와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이 부분에서 살짝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너라면 어떤 엄마를 주문하고 싶어?”라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주인공 아이에게 빙의되어 엄마의 장단점을 얘기해줄지 모른다.

가게 주인 여우는 마치 물건을 고르듯 다양한 엄마 목록에서 주인공에게 맞을 법한 엄마를 골라 보내준다. 그런데 다른 엄마가 오면 당장이라도 행복해질 것 같았던 아이는 막상 다른 엄마가 와도 만족하지 못한다. 깡충깡충 뜀박질도 잘하고 아이랑 잘 놀아주는 토끼 엄마는 당근 요리만 질리도록 해준다. 맛있는 음식도 잘 해주고 멋진 옷도 만들어주는 고슴도치 엄마는 도저히 끌어안을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완벽한 엄마를 찾아 여러 엄마를 탐험해보지만 어떤 엄마도 자기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결국 아이는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야단을 쳐도 내게는 우리 엄마가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의 미덕은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부재한 상황을 상상하도록 유도해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재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세상에는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아이도 없다. 완벽한 엄마나 아이에 대한 허상만 있을 뿐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그림 푸른숲 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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