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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강남 엄마, 거창고 졸업생들을 만나다

등록 2015-01-15 20:47

강현정씨.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강현정씨.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강현정·전성은 지음/메디치·1만2800원

평범한 강남 엄마에게 거창고의 직업 십계명은 불편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와 같은 원칙들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의 지은이 강현정(45·사진)씨는 11년 동안 방송 진행자를 하다 글 쓰는 일로 방향 전환을 해 전성은 거창고 전 교장을 만났다. 중3, 중1 두 딸을 키우는 강씨는 3년 전 출판사로부터 거창고 졸업생 만남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대한민국 평균치의 기대감으로 자녀를 대하던 그는 당시 ‘우리 딸이 좀 더 공부를 잘했으면’ ‘왜 우리 아이는 친구 관계가 원활하지 못할까’ 등등 아이의 결함만을 찾아 돋보기로 확대해 보던 엄마였다. 아이가 어릴 때 다른 아이들처럼 영어 유치원을 보냈어야 했다며 후회하던 엄마였다. 그랬던 그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삶에 대한 완전히 다른 관점을 눈뜨게 해줬다.

강씨는 전성은 선생을 다시 만나고, 졸업생들에게 추천받아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났다. 3년 동안 30명 넘게 만났다. 그러면서 그는 직업 십계명이 졸업생들 삶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목격했다. 20여년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박수용 전 교육방송 피디를 통해 더 많은 월급을 포기하고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삶을 말하는지 체득했다. 남들이 앞다퉈 가고자 하는 도시 학교가 아닌 아무도 가지 않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순옥 교사를 만나 진정한 사랑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보았다. 참되고 내적 충만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받은 영감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잘못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참 많이 울었고, 아이에게 많이 미안했다”고 말하며 울먹거렸다.

“직업 십계명은 단순한 진로 지침이 아니었어요. 삶의 순간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삶의 원칙이더군요. 나한테 유리하고 편리하고 실용적인 것만 추구하지 말자는 거예요. 이러한 원칙들은 삶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게 만드는 균형추가 될 겁니다.”

직업 십계명을 알고 난 뒤 이제는 주변의 시선에 덜 신경쓰게 됐다는 강씨는 홀가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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