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해부하다 생긴 일
정민석 글·그림/김영사·1만4000원 기자들은 부검 현장을 견학하곤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하는 모습을 보던 날, 무서울 줄 알았는데 한없이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여성 주검은 마네킹처럼 느껴졌다. 몸뚱이와 넋으로 구분된 ‘사람’이란 어떤 존재일까, 괜히 생각에 잠겼었다. “죽은 사람 오래 만나면 철학자가 되고, 나쁘게 만나면 미친놈이 되죠.” 정민석 아주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 토요판의 ‘해부하다 생긴 일’ 연재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연재를 하기 전인 2000년부터 해부학 세계를 알리겠다고 직접 명랑 만화를 그려오던 그다. 책에 담긴 44편의 글과 만화에는 해부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해부학의 ‘농담과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해부학 세계에서 ‘우파’는 주검의 오른쪽을 해부하는 사람, ‘좌파’는 왼쪽을 해부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좌우 중 한쪽만 관절을 들어내기 때문에 우파와 좌파는 행하는 작업이 다르다. 다르지만 둘 다 틀리지 않다. 검은 점이 절반 넘게 차지한 끔찍한 허파 모습을 보며 담배를 끊기로 작정했던 경험담도 있다. 그런데 딱딱해진 허파를 해부하느라 고생한 다음, 힘들어서 또 한 대 피웠다 고백한다. “심장의 무게는 네 근이다. 두근두근하니까.” 깜짝 놀랄 유머다. 부록으로 실린 만화를 통해 뼈부터 혈관까지 몸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정민석 글·그림/김영사·1만4000원 기자들은 부검 현장을 견학하곤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하는 모습을 보던 날, 무서울 줄 알았는데 한없이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여성 주검은 마네킹처럼 느껴졌다. 몸뚱이와 넋으로 구분된 ‘사람’이란 어떤 존재일까, 괜히 생각에 잠겼었다. “죽은 사람 오래 만나면 철학자가 되고, 나쁘게 만나면 미친놈이 되죠.” 정민석 아주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 토요판의 ‘해부하다 생긴 일’ 연재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연재를 하기 전인 2000년부터 해부학 세계를 알리겠다고 직접 명랑 만화를 그려오던 그다. 책에 담긴 44편의 글과 만화에는 해부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해부학의 ‘농담과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해부학 세계에서 ‘우파’는 주검의 오른쪽을 해부하는 사람, ‘좌파’는 왼쪽을 해부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좌우 중 한쪽만 관절을 들어내기 때문에 우파와 좌파는 행하는 작업이 다르다. 다르지만 둘 다 틀리지 않다. 검은 점이 절반 넘게 차지한 끔찍한 허파 모습을 보며 담배를 끊기로 작정했던 경험담도 있다. 그런데 딱딱해진 허파를 해부하느라 고생한 다음, 힘들어서 또 한 대 피웠다 고백한다. “심장의 무게는 네 근이다. 두근두근하니까.” 깜짝 놀랄 유머다. 부록으로 실린 만화를 통해 뼈부터 혈관까지 몸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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