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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간’이라는 주어로 본 우주의 역사

등록 2015-01-29 20:58수정 2015-01-30 10:05

[책과 생각]
시간 연대기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
에이도스·2만8000원

세탁기와 라디오가 우주론의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미국 천체물리학자 애덤 프랭크가 쓴 <시간 연대기>는 시간이라는 열쇳말을 중심으로 독특하게도 시간의 사회문화사와 우주 관측·이론 역사를 한데 모았다. “문화는 우주론을, 우주론은 문화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변화시킨다”는 지은이의 시각처럼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걸어온 역사가 한 권의 책에서 만난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책은 인류가 남긴 신화의 우주부터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던 중세 천동설까지 긴 역사를 빠르게 보여준 다음, 다시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태양계 너머, 은하 너머, 우주 전체로 나아간 우주론 역사를 다룬다. 여기에 벽화, 달력, 시계, 철도, 전신, 세탁기, 라디오, 텔레비전, 비행기, 핵폭탄, 위성통신, 아웃룩, 휴대전화 등이 바꾼 인간과 시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사회문화와 우주론의 두 이야기는 나란히 달리면서 또한 서로 비춰준다. 예컨대, 팽창우주와 대폭발(빅뱅)우주가 등장하던 그 시절의 사람들은 전기와 가전제품이 몰고온 생활 혁신을 겪으며 시간의 관리에 적응해갔고, 지구 반대편의 스포츠를 위성중계 생방송으로 보며 새로운 시공간을 체험했다. 물론 우주론과 사회문화는 직접 영향을 주고받진 않았지만, 사회문화의 풍경은 당대의 우주론을 입체적으로 읽게 도와준다. 시간의 사회문화사와 우주론의 역사는 각각 읽어도 좋은 읽을거리다.

지은이가 천체물리학자인지라 아무래도 책의 무게는 우주론에 더 쏠려 있다. 우주론 역사서에서 자주 만나는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가모브, 구스 등은 이 책에서도 주요 인물이다. ‘빅뱅’이라는 말이 애초엔 우주론 논쟁 과정에서 ‘조롱’의 의미로 생겨났다는 일화를 비롯해 많은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담겼다.

우주론 역사 중에서도, 철학적 우주론에서 물리적 우주론으로 큰 전환을 이룬 현대 우주론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요즘 대중적 관심을 끄는 다중우주에 관한 내용도 주요하게 다뤘다. 지은이가 지금을 빅뱅우주의 위기이자 종말을 앞둔 시기라고 평한 점은 현실과학을 생각할 때 다소 앞서간 주장처럼 들리지만, 우주론 표준모형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문제를 풀려는 대안이론의 다양한 시도에 관한 이야기는 눈길을 끈다.

그는 우주에 관해 품는 인류의 근본 물음을 다섯으로 간추렸다. 우주는 하나인가 여러 개인가, 우주공간은 무한한가 한계가 있는가, 우주공간은 스스로 존재하는가(즉 진정한 진공은 존재하는가), 시간은 스스로 존재하는가, 우주에는 시작과 끝 아니면 둘 중 하나라도 있을까. 다섯은 이 책의 중심 물음이기도 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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