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행성B이오스·1만3800원 인간과 동물의 성생활이 과연 다를까? 턱끈펭귄 중엔 게이와 레즈비언이 있고, 타조 중에선 레즈비언이 종종 발견된다. 과일박쥐는 구강성교를 하고, 염소와 낙타는 자위행위를 한다. 심지어 뱀은 시간을 하고, 바늘두더지는 혼음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고생물학자인 지은이는 이런 동물의 성생활이 진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가령,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는 발기 시 42.5㎝로, 몸집 대비 크기가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크다. 인간 남성의 발기한 성기 평균 길이가 13~15㎝이고 사상 최대 기록이 34.3㎝라는 점과 비교하면,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가 얼마나 큰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가 발달한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암컷을 유혹해 교미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한 것이다. 따개비는 암수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자웅동체인데, 짝짓기가 끝나면 성기를 잘라버리지만 곧 다시 돋아난다. 이 페니스는 따개비가 서식하는 환경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파도가 강한 곳일수록 짧고 통통한 것으로 관측됐다. 거북이는 다른 파충류보다 큰 페니스를 가졌는데, 교미 때 꼬리 때문에 암수 생식기 간의 거리가 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은이가 교미를 통한 체내수정의 진화를 연구하게 된 것은 2008년 3억7500만년 전에 살았던 물고기 ‘모자’의 화석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는 초기 척추동물 가운데 하나인 판피어류(목과 몸통이 두꺼운 골판으로 뒤덮인 어류) 종류인 틱토돈티드가 몸속에 새끼와 탯줄까지 가진 채 화석으로 변한 것을 발견해 물속에서 어류의 암수가 성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자신이 20여년 전 발견해 보관해뒀던 화석이 새끼를 세 마리나 임신한 판피어류라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지은이는 과학지 <네이처>에 이런 연구 결과를 싣고, 호주 왕립연구소 신설을 기념한 디너파티에서 ‘야동’을 상영하기도 했다. 암수 틱토돈티드 한쌍이 교미하는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은, 파티장을 화상 연결로 지켜보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감상했다. 이듬해엔 이들 화석에서 수컷의 기각(페니스)과 암컷의 성기까지 발견해내면서, 진화론상 인류의 기원인 고생대 어류가 성기를 활용해 교미를 했다는 지은이의 발견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성 선택, 즉 번식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동물은 ‘섹시하게’ 진화해왔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페니스는 판피어류의 기각이 진화한 결과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동물의 성행위 차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행성B이오스·1만3800원 인간과 동물의 성생활이 과연 다를까? 턱끈펭귄 중엔 게이와 레즈비언이 있고, 타조 중에선 레즈비언이 종종 발견된다. 과일박쥐는 구강성교를 하고, 염소와 낙타는 자위행위를 한다. 심지어 뱀은 시간을 하고, 바늘두더지는 혼음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고생물학자인 지은이는 이런 동물의 성생활이 진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가령,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는 발기 시 42.5㎝로, 몸집 대비 크기가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크다. 인간 남성의 발기한 성기 평균 길이가 13~15㎝이고 사상 최대 기록이 34.3㎝라는 점과 비교하면,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가 얼마나 큰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오리의 성기가 발달한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암컷을 유혹해 교미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한 것이다. 따개비는 암수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자웅동체인데, 짝짓기가 끝나면 성기를 잘라버리지만 곧 다시 돋아난다. 이 페니스는 따개비가 서식하는 환경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파도가 강한 곳일수록 짧고 통통한 것으로 관측됐다. 거북이는 다른 파충류보다 큰 페니스를 가졌는데, 교미 때 꼬리 때문에 암수 생식기 간의 거리가 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은이가 교미를 통한 체내수정의 진화를 연구하게 된 것은 2008년 3억7500만년 전에 살았던 물고기 ‘모자’의 화석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는 초기 척추동물 가운데 하나인 판피어류(목과 몸통이 두꺼운 골판으로 뒤덮인 어류) 종류인 틱토돈티드가 몸속에 새끼와 탯줄까지 가진 채 화석으로 변한 것을 발견해 물속에서 어류의 암수가 성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자신이 20여년 전 발견해 보관해뒀던 화석이 새끼를 세 마리나 임신한 판피어류라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지은이는 과학지 <네이처>에 이런 연구 결과를 싣고, 호주 왕립연구소 신설을 기념한 디너파티에서 ‘야동’을 상영하기도 했다. 암수 틱토돈티드 한쌍이 교미하는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은, 파티장을 화상 연결로 지켜보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감상했다. 이듬해엔 이들 화석에서 수컷의 기각(페니스)과 암컷의 성기까지 발견해내면서, 진화론상 인류의 기원인 고생대 어류가 성기를 활용해 교미를 했다는 지은이의 발견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성 선택, 즉 번식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동물은 ‘섹시하게’ 진화해왔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페니스는 판피어류의 기각이 진화한 결과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동물의 성행위 차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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