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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빈자의 지배’ 위해 민주주의 재건해야

등록 2015-07-02 20:51수정 2015-07-03 15:51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이정우·이창곤 외 지음
후마니타스·2만5천원

대한민국은 끔찍한 나라다. 적어도 자살률, 빈곤율, 비정규직 비율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지표상으로는 그렇다.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던 이가 대통령인데도 그렇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오는 8월 정년퇴임을 기념해, 진보개혁 학계에서 내로라하는 교수·연구자 29명이 이 문제의 답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댔다. 대학에서 분배론을 전공한 이 교수는 1983년부터 경북대에서 ‘불평등의 경제학’을 강의하면서 평생을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왔다. 이 교수를 비롯한 이 책의 저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고, 이 구조가 갈수록 심화·고착되고 있는데 보수 기득권층과 이들의 지지에 기반한 정권은 불평등 해소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일례로 이정우 교수는 부동산이 한국의 국부 가운데 90%를 차지하고 있고, 그 결과 한 나라의 순자산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피케티 계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7이 넘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세·집값·임대료가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종합부동산세처럼 땅값을 낮출 수 있는 부동산 보유세 정책은 기득권층의 ‘세금 폭탄’ 선전에 번번이 좌절된다.

일을 해도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고, 같은 노동자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돼있는 이중적 노동시장도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다. 가령 한 나라에서 생산된 소득 가운데 노동에 분배된 몫을 알 수 있는 노동분배율은 1998년 이후 60%선에서 고정돼있는데, 이는 선진국의 80%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된다.

이런 불평등을 교정할 수단인 복지는 참담한 수준이다. 이태수 교수는 선진국은 보통 복지를 통해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30~40% 가량 줄이고 있지만, 한국은 이 수치가 8%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저부담 저복지, 즉 세금을 적게 걷기 때문에 복지에 쓸 돈도 적을 뿐더러, 그나마도 비정규직은 30%밖에 적용받지 못해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교수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노동 친화적이고 유연안정성이 담보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동시에, 노조 운동이 공공성과 연대성을 추구해야 해법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정규직에게는 사회보험료를 올려 급여 수준을 확대하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에게는 최저 보장을 제도화하는 이중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김연명 교수의 주장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저자들이 입을 모으듯 공평 과세와 조세 정의의 실현, 즉 ‘선 부자 증세, 후 보편 증세’를 해야 할 당위성도 충분하다. 그러려면 정치적 민주주의의 재건이 필수다. ‘빈자의 지배’를 제도화하고, 사회경제 영역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강한 야당이 절실하다는 박상훈 박사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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