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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원로 평론가의 균형감각

등록 2015-07-09 19:26

살아 있는 과거-
한국문학의 어떤 맥락

염무웅 지음/창비·2만원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가 <문학과 시대현실>(2010) 이후 쓴 글을 모아 새 평론집 <살아 있는 과거>를 내놓았다.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당대의 젊은 작가·작품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 문인들 또는 아예 문학사로 편입된 작고 문인들에 관한 글이 주를 이룬다. 천상병, 고은, 김남주, 홍명희, 염상섭, 박완서, 이문구, 임화 등이 그들이다. 젊은 평론가들 글에서 “우리 문학의 지나온 역정에 대한 지식과 의식이 매우 피상적이거나 편향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서문의 말은 자신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역설(逆設)하는 것으로 들린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어언 활동 반세기를 넘겼음에도 염무웅 평론의 지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번 평론집 서문에 나오는 문장을 빌리자면 “문학은 더 나은 삶을 희구하는 인간들의 소망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것이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평론을 관류하는 핵심이다. “객관적 현실과 작가의 표현의지와 작품적 결과 사이의 복잡한 변증법을 역사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내 비평의 목표”라고 그는 부연 설명한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책 맨 앞에 놓인 ‘가혹한 시대에 시인으로 사는 일’은 시 전문지 <유심> 올 4월호에 발표한 것으로 가장 최근작이다. 김동환, 정지용, 이상화, 김소월 네 시인을 한데 묶어 다루는데, 얼핏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들은 1920년대에 일본 유학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를 가리켜 “청년기의 내면적 혼돈과 이념적 방황을 극복하고 자신의 고유한 시세계를 확립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미정형의 인물”로 평가하고, 김소월의 산문을 만해 시에 견주며 “똑같은 시대의 어둠을 견디며 살아가는 똑같은 진리지향적인 심정의 표현”이라 표현할 때 두드러지는 것은 이 원로 평론가의 균형감각이다.

그런 균형감각은 1920년대 계급문학에 맞선 보수 논객을 거쳐 1930년대에는 친일 혐의가 있는 <만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해방 뒤에는 중도적 민족노선에 섰던 염상섭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염 교수는 ‘윤전기’ ‘해방의 아들’ ‘38선’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염상섭의 단편들과 산문을 소개하면서 “정치계의 남북협상노선을 연상케 하는, 포용적이고 중도적인 민족주의자의 모습이 약여하다”고 평한다. 특히 ‘38선’을 가리켜 “염상섭 문학 전체를 통틀어볼 때에도 <만세전>에 비견될 만한 걸작”이라 평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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