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무서운 공주들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노지양 옮김
이봄·2만2000원 이야기 속 공주들은 왜 죄다 ‘잘 생긴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이 책은 그렇지 않은, 잔혹하거나 망나니이거나 일신의 안위만 좇은 현실의 공주 3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몽골족 공주인 쿠툴룬은 레슬링 천재였다. ‘지면 결혼, 이기면 말 1천마리’의 조건을 걸고 벌인 수려한 왕자와 레슬링 경기에서 쿠툴룬은 왕자를 꺾고 말 1천마리를 획득했다. 아버지를 따라 전쟁터를 누비며 영토 확장에 나선 그는 칸 계승자로까지 거론됐지만, 후계자 싸움에서 오빠들에게 졌고 결국 몇년 뒤 숨진다. 이후 몽골족에서 여성 리더는 사라졌지만, 쿠툴룬은 소설과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자와 결혼해 귀족이 된 스테파니 폰 호엔로에는 타고난 사교성으로 유럽 사교계에서 탄탄한 인맥을 쌓았고, 나치 우호 세력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히틀러로부터 성 한채, 명예훈장까지 받으며 ‘히틀러의 공주’로 불리던 그는 결국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포로수용소 생활을 해야만 했다. 말린체는 1천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을 정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 그는 배신의 상징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위대한 공주’로 꼽힌다. 30명의 이야기는 각기 결이 다르지만 대체로 그 시대의 가치관, 주로 남성적 시선으로 왜곡·과장·변주돼 기록되고 구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숨을 잠시 멈추게 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노지양 옮김
이봄·2만2000원 이야기 속 공주들은 왜 죄다 ‘잘 생긴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이 책은 그렇지 않은, 잔혹하거나 망나니이거나 일신의 안위만 좇은 현실의 공주 3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몽골족 공주인 쿠툴룬은 레슬링 천재였다. ‘지면 결혼, 이기면 말 1천마리’의 조건을 걸고 벌인 수려한 왕자와 레슬링 경기에서 쿠툴룬은 왕자를 꺾고 말 1천마리를 획득했다. 아버지를 따라 전쟁터를 누비며 영토 확장에 나선 그는 칸 계승자로까지 거론됐지만, 후계자 싸움에서 오빠들에게 졌고 결국 몇년 뒤 숨진다. 이후 몽골족에서 여성 리더는 사라졌지만, 쿠툴룬은 소설과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자와 결혼해 귀족이 된 스테파니 폰 호엔로에는 타고난 사교성으로 유럽 사교계에서 탄탄한 인맥을 쌓았고, 나치 우호 세력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히틀러로부터 성 한채, 명예훈장까지 받으며 ‘히틀러의 공주’로 불리던 그는 결국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포로수용소 생활을 해야만 했다. 말린체는 1천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을 정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 그는 배신의 상징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위대한 공주’로 꼽힌다. 30명의 이야기는 각기 결이 다르지만 대체로 그 시대의 가치관, 주로 남성적 시선으로 왜곡·과장·변주돼 기록되고 구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숨을 잠시 멈추게 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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