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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엄마아빠, 저랑 돈 이야기 해볼래요?

등록 2015-09-10 21:58

그림 창비 제공
그림 창비 제공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권재원 글·그림/창비·1만1000원


초등고학년 위한 화폐 이야기
딱딱하지 않고 재미가 ‘솔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돈을 알고 현명하게 다룰 수 있어야 좀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어린이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막상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설명해주려 하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돈은 아껴 쓰고 저축을 해라’ ‘용돈 기입장을 잘 써라’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좀 더 돈을 잘 벌 수 있다’와 같은 뻔한 말을 하고 나면, 어른들의 머릿속은 어느새 백지상태가 되기 쉽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인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은 경제라면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돈과 경제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폐의 원리와 화폐의 역사, 실물 경제와 화폐의 연관성, 돈과 관련한 철학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간다는 점이다. ‘화폐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경제 공황은 어떻게 일어났나’와 같은 주제를 있는 사실 그대로만 전달한다고 생각해보라. 아이들은 금세 하품을 하며 지루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항아리 저금통인 ‘두통씨’가 12살 소녀 재원을 밤마다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나오는 ‘지니’를 연상시키는 두통씨는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녀 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 박사다. 층이 많이 나는 섀기 커트를 한 재원은 돈 모으고 만화 그리기가 취미면서 호기심이 많은 유쾌한 소녀다. 두통씨가 잘난 척하며 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면, 재원은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질문하고 반격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대화하는 법은 물론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두통씨는 재원과 대화를 통해 화폐 경제는 믿음이 있어야 작동하고, 언제든지 믿음이 깨지면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의 원리도 알기 쉽게 들려준다. 또 나무 한 그루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값어치와 다르게 눈에 안 보이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돈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마이클 린튼이 만들어낸 지역 화폐를 알려준 뒤, 재원이 스스로 자신만의 화폐를 만들어 거래까지 해보는 이야기는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부모가 함께 읽으며 실제 생활과 연관시켜 얘기도 해보고, 책 내용을 바탕으로 돈에 대한 가치관도 서로 확인해보면 좋은 대화 소재가 될 것이다. 주인공 재원처럼 가족 화폐를 만들어 서로 원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거래해보는 시도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그림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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