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가을비단추와 배꼽단추
가슴 설레는 첫사랑
12살 사춘기 일기장 보는듯
가슴 설레는 첫사랑
12살 사춘기 일기장 보는듯
이정록 글, 김진화 그림
한겨레아이들·1만원 <의자> <콧구멍만 바쁘다> 같은 시집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이정록 시인이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내놨다. 단추라는 작은 사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섬세한 관찰력,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춘기 또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돋보인다. <대단한 단추들>은 열두 살 쌍둥이 남매 민기·민정의 옷에서 살아가는 7개 단추들의 이야기다. 단추들은 저마다 사연 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 복숭아씨가 걸려 있는 목젖 가까이에 살아서 숭아단추, 갈비뼈 가까이 사니까 가을비단추, 명치 언저리에 살아 망치단추, 누르면 배꼽 속에 쏙 들어가 배꼽단추, 그리고 바지 속에서 속옷과 가까이 살아 부끄단추, 가슴 호주머니 위의 꼭지단추, 옆구리에 매달린 꾸리단추처럼 말이다. 의인화된 단추들은 성격도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르다. 가장 꼭대기에 사는 숭아단추는 ‘짱’이 되고 싶은 친구다. 놀기 좋아하는 숭아단추는 세상일에 관심이 많고 남의 일에 시시콜콜 참견하기 좋아한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가을비단추는 생각이 깊고 똑똑한 배꼽단추를 좋아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춘기 소년의 설레는 마음은 가을비단추의 ‘첫사랑’이라는 시로 표현된다. “마음 안에 붉은 거인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지. (중략) 세상의 모든 눈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지.” 망치단추는 관찰을 잘한다. 이 단추는 자전거 수리공인 민기 아버지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가을비단추와 배꼽단추가 어떤 식의 “유치한 사랑 놀이”를 하는지 알려준다. 망치단추는 “책에다 낙서를 해대고, 전화기 앞에서 발을 구르고, 갈 곳도 없으면서 머리를 감는” 친구들이 유치하다고 말하면서도, 배꼽단추에 대한 짝사랑을 키워나간다. 이처럼 단추들이 써내려간 일상 이야기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재미를 주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단추들 이야기가 메인 메뉴라면, 단추들의 눈을 통해 본 12살 또래 친구 이야기는 또다른 맛을 제공하는 사이드 메뉴다. 따돌림 받기 싫어 친구들에게 힘자랑과 돈 자랑을 하는 득두, 옹기장이 집안의 아들인 유준, 포경 수술을 한 뒤 펭귄이 된 친구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삶의 쓴맛, 새콤달콤한 맛까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31일 오후 3시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 결성향교에서 열린다. 지은이 이정록씨와 문학평론가 김정숙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가수 백창우씨가 책 속 시에 노래를 붙여 공연을 펼친다. 행사에 참가하는 어린이에게는 선비 체험, 형방 체험 등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참가 신청은 온라인서점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초등 4학년~청소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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