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프런티어 1~5
다카하시 데쓰야 등 지음, 김성혜 등 옮김
푸른역사·각 권 1만3000~1만9500원 일본 이와나미서점 출판사의 ‘사고의 프런티어’ 시리즈 일부가 번역돼 나왔다. 일본에서 출간된 전체 32권 가운데 기획·편집자의 ‘시의성 필터’를 통과한 다섯 권이 우선 한국어 옷을 입었다. 1999년부터 10년에 걸쳐 나온, ‘좀 된’ 책들이 새삼스레 번역 출간된 연유는 이런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언제든 역사수정주의가 대두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지금의 상황, 즉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기억과 증언이 존중되지 않고, 반대로 부단히 ‘망각의 정치’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 일본 사회의 상황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역사와 ‘책임’, 역사와 ‘이야기’, 역사와 ‘판단’이라는 세 가지 토포스를 둘러싸고 논의를 전개하려는 것이다.”(<역사/수정주의> 저자 다카하시 데쓰야의 ‘들어가는 말’) 이 서문이 2001년에 쓰인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예견은 허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한국어판 제1권인 <역사/수정주의>는 일본이 ‘저지른’ 역사에 대한 일본과 일본인들의 태도 문제를 책임·망각·침묵 등의 개념을 동원해 살피고 있다. “원폭 투하를 인종 차별적인 미국의 악마적 소행이라고 규탄하는” 만화가 갈채를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스러운 현실에는 전후 청산을 정치적 편의에 맡겨버린 미국의 책임이 상당함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권인 <사고를 열다: 분단된 세계 속에서>는 이 기획 시리즈의 의도와 목표를 집약해 보여준다. “(1930년대 이후 독일의 악몽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가 들이민 근대의 임계에 관한 물음은 바로 지금 글로벌한 물음으로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으며, 사고의 프런티어는 바로 그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9·11테러,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거듭 반복·재현돼온 그 ‘물음’은 미국이 신자유주의와 패권주의를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와 남을 가르고 ‘경계선’을 그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세상은 여전히 ‘분단된 세계’다. 제2권 <인종차별주의>는 21세기 인종주의의 산물인 프리터·니트·워킹푸어를, 제3권 <권력>은 권력 개념의 다면성을, 제4권 <사회>는 ‘사회적’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폭넓게 살핀다. 제5권을 제외한 네 권의 책에는 독자 스스로 찾아 읽으며 지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본 문헌 안내’가 있다. 가령 <인종차별주의>의 경우 이제는 고전에 가까운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최근 타계한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까지 주제·분야별 책자를 두루 적었다. 출판사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에게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이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나미가 펴낸 32권 중에는 이 다섯 권 말고도 이미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여럿이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책자의 번역·출간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다카하시 데쓰야 등 지음, 김성혜 등 옮김
푸른역사·각 권 1만3000~1만9500원 일본 이와나미서점 출판사의 ‘사고의 프런티어’ 시리즈 일부가 번역돼 나왔다. 일본에서 출간된 전체 32권 가운데 기획·편집자의 ‘시의성 필터’를 통과한 다섯 권이 우선 한국어 옷을 입었다. 1999년부터 10년에 걸쳐 나온, ‘좀 된’ 책들이 새삼스레 번역 출간된 연유는 이런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언제든 역사수정주의가 대두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지금의 상황, 즉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기억과 증언이 존중되지 않고, 반대로 부단히 ‘망각의 정치’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 일본 사회의 상황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역사와 ‘책임’, 역사와 ‘이야기’, 역사와 ‘판단’이라는 세 가지 토포스를 둘러싸고 논의를 전개하려는 것이다.”(<역사/수정주의> 저자 다카하시 데쓰야의 ‘들어가는 말’) 이 서문이 2001년에 쓰인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예견은 허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한국어판 제1권인 <역사/수정주의>는 일본이 ‘저지른’ 역사에 대한 일본과 일본인들의 태도 문제를 책임·망각·침묵 등의 개념을 동원해 살피고 있다. “원폭 투하를 인종 차별적인 미국의 악마적 소행이라고 규탄하는” 만화가 갈채를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스러운 현실에는 전후 청산을 정치적 편의에 맡겨버린 미국의 책임이 상당함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권인 <사고를 열다: 분단된 세계 속에서>는 이 기획 시리즈의 의도와 목표를 집약해 보여준다. “(1930년대 이후 독일의 악몽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가 들이민 근대의 임계에 관한 물음은 바로 지금 글로벌한 물음으로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으며, 사고의 프런티어는 바로 그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9·11테러,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거듭 반복·재현돼온 그 ‘물음’은 미국이 신자유주의와 패권주의를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와 남을 가르고 ‘경계선’을 그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세상은 여전히 ‘분단된 세계’다. 제2권 <인종차별주의>는 21세기 인종주의의 산물인 프리터·니트·워킹푸어를, 제3권 <권력>은 권력 개념의 다면성을, 제4권 <사회>는 ‘사회적’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폭넓게 살핀다. 제5권을 제외한 네 권의 책에는 독자 스스로 찾아 읽으며 지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본 문헌 안내’가 있다. 가령 <인종차별주의>의 경우 이제는 고전에 가까운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최근 타계한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까지 주제·분야별 책자를 두루 적었다. 출판사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에게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이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나미가 펴낸 32권 중에는 이 다섯 권 말고도 이미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여럿이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책자의 번역·출간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