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벌레구멍 제공
이효담 글, 강혜숙 그림
벌레구멍·1만1000원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안돼!” 사탕을 더 먹고 싶어도 “안돼”, 아이들은 매일 “안돼”라는 말에 풀이 꺾인다. ‘오냐 오냐 받아주면 버릇 나빠지겠지’는 어른들의 생각. 아이들에게 ‘안돼’가 아닌 ‘오냐’의 마법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신날까? 고양이 수리와 산책을 나선 준이에게 나타난 오냐나무가 그런 마술을 부린다. “오냐나무는 뭐든 소원을 들어준단다.” 샌드위치, 구운 생선, 망고 주스… 먹고 싶은 걸 떠올릴 때마다 오냐나무 아래 떡하니 차려진다. 몸이 나른해져 낮잠 자는 모습을 떠올리자 해먹같은 그물침대가 짜잔. 머릿속 생각이 현실이 되는 마법은 오냐나무숲에 사는 동물들에게도 일어난다. 문제는 소원뿐 아니라 머릿속 두려움과 무서움도 오냐나무에 열린다는 사실. 어둠과 함께 몰려든 무서운 생각 때문에 오냐나무숲은 맹수들로 들끓는다. 토끼도 기껏 만난 엄마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해결사는 아냐벌레. 이렇게 외치자. “아냐!” 무서운 생각의 열매는 아냐벌레가 꿀꺽꿀꺽 먹어치우니까. 지은이는 ‘현실은 마음이 창조하는 것’이라는 인도 신화 ‘칼파 타루’(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의 이야기를 원형으로 삼았다고 한다. 마음 다스리는 원리를 쉽고 재밌게 다루고 있다. 강혜숙 작가가 전통 채색미가 돋보이는 만다라풍의 그림으로 오냐나무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강 작가는 2010년 데뷔작 <꼬리야? 꼬리야!>로 스위스 제네바도서관이 엄선한 5권의 그림책을 두고 100여명의 2~3살 어린이가 뽑는 최우수 그림책상을 받았다. 부록 ‘나의 오냐나무 그리기’에 소원열매를 그려보고, 걱정근심은 아냐벌레 입에다 쏙쏙 넣는 재미도 더했다. 7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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