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대중문화 즐기며 하는 ‘정치 생각’

등록 2016-01-07 20:46수정 2016-01-07 20:46

잠깐독서
덕후감
김성윤 지음/북인더갭·1만5000원

수면제는 잠을 재워주지만 깨워주진 않는다. 깨는 건 스스로. 아니면 누가 흔들어줘야 한다. 여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문화는 한국인에게 얼마간 쉼을 유도하는 약 같기도 하다. 아이돌그룹을 쳐다볼 때, 막장 드라마를 쏘아볼 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지켜볼 때. 꿈같이 비현실적인데, 몰입이 된다. 대중문화의 비현실은 현실에서 비켜선 유사현실에 가깝지 판타지는 아니라서다. 대중문화는 이 땅에선 특히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소망의 재현물이다. 10대에 대한 드문 인문서 <18세상>(2014)의 지은이 김성윤이 <덕후감>에서는 대중문화로 한국 사회를 망본다. 잠이 깬다.

엠비시 <무한도전>을 다룬 글의 제목은 ‘연예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지은이는 “정해진 형식이 없으므로 모든 형식을 담아내는” <무한도전>은 “완벽한 포스트모던 텍스트”라 주장한다. ‘반장 선거’ 등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개입해 직접 판단하고 평가하게 하는 양식도 처음이었다. ‘무도빠’를 양산한 10주년 특집은 출연자들이 무인도에서 200m 밖 배를 향해 탈출하는 미션. 물론 실패했다. ‘4월의 찬 바다’에서 연출자는 말한다. “만조 때라 탈출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다만 여러분들이 직접 겪어보시라고 기획했다.”

아이돌 문화를 이끄는 소녀들의 팬덤은 남성성 위주의 섹슈얼리티가 무너지는 현상으로, 그 뒤에 등장한 ‘삼촌팬’ 현상은 근엄한 척 의뭉했던 남성성이 탈권위적으로 나타난 사례로 꼽는다. 배트맨이 민중을 덮쳐잡는 용역이 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무능력한 국가를 대신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는 영화 <아이언맨>등에선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내면을 읽어낸다.

사회‘과학’의 글도 생명은 객관성(재현성)이다. 과학 연구 결과처럼 동일한 논리에 독자의 경험을 대입했을 때도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한다. 반대로 예술은 주관적이다. 김성윤의 글쓰기는 사회학의 안정적 객관 위에서 그만이 가진 독특함으로 예술적 만족까지 준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1.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결정적 성공 요인은? [.txt] 2.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결정적 성공 요인은? [.txt]

너구리랑은 같이 살 수 있다 하겠지, 그런데 곰이랑은? 3.

너구리랑은 같이 살 수 있다 하겠지, 그런데 곰이랑은?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4.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5.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