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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삶의 뿌리를 기르는 내면의 태양, 인문학

등록 2016-03-17 20:48

잠깐독서
공부할 권리
정여울 지음/민음사·1만6500원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성실한 ‘인문학 큐레이터’다. 10년간 여러 책, 지면, 방송에서 문학, 철학, 역사, 신화, 영화, 심리학 등 다양한 도구로 개인과 사회를 설명해왔다. 정여울의 힘은 꾸준한 설득력이다. 이는 마스터피스의 고유한 힘이기도 하다. 설득을 한결같이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사회성과 공감력을 전제한다. 명작을 공부하다가 명작을 닮아간 작가. 정여울은 개인의 개별적 ‘성격’과 사회의 보편적 ‘마음’을 아울러 건드릴 줄 아는 평론가이기도 하다. 공부를 ‘잘해서’ 배운 걸 신나게 쓰지 않고 자신을 ‘위로한’ 공부를 담담히 쓴다. 나를 위로한 것은 당신도 위로해줄지 모른다. 정여울의 글이 사면팔방에서 읽히는 이유이리라.

이번 책은 공부를 업으로 삼은 지은이가 모두를 대신해 쓴 ‘공부할 권리 선언문’이다.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까요?” 자존까지 챙기면서 살기 힘든 시대에 “나의 존엄을 지켜주는 최고의 멘토”는 공부라고 책은 말한다. 존재의 뿌리가 자존이다. 뿌리째 흔들리는 삶이 머금어야 할 말.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란다. 아니, 아래로 자라야만 위로도 자랄 수 있다. 외적 성장만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아래로, 내면으로 자라는 법을 망각해버렸다.”

뿌리 뽑히지 않을 권리로서 해야 할 공부는 뿌리를 깊게 내리는 공부다. 뿌리가 따라가는 ‘내면의 태양’은 고전과 예술. 고단한 생활에 고전, 예술, 인문학으로 여유를 털어 달려가긴 쉽지 않다. 사나운 현실에서 뒷걸음질하다 몰린 코너에, 인문학이 있어주는 상황이 더 많다. 책은 이 만남을 돕기 위해 온갖 양서와 명문을 모아놓은 박물관처럼 꾸며졌다. 70장의 카드뉴스 형식은 읽기에 힘을 보탠다. 뿌리를 지키는 이 “공부란 주어진 아픔을 견디는 수동적인 무기가 아니라 현실에 맞서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무기다. 공부할 권리를 지킴으로써 끝내 행복할 권리를, 우호적이지 않은 이 차가운 세상을 더 깊이 사랑할 권리를 되찾는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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